‘거품 판별사’로 알려진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투기적 거품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한 소식이 투자자들의 열광을 자극하고, 그런 열광이 심리적 전염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퍼지는 상황”



그는 투자자가 자산 가치에 의문을 품지만, 투기꾼의 흥분과 타인에 대한 부러움에 투기적 시장을 벗어나기 어려운 밴드웨건 효과에 빠진다고 지적합니다. 심리적 거품이 투기꾼을 계속 불러 모으고, 그 투기꾼들이 가격 상승을 합리화한단 것입니다. 



최근 폭락과 급등을 반복한 중국 주식시장의 모습을 다룬 뉴욕타임스의 기사에선, 실러가 정의한 투기적 거품의 모습을 그대로 빼쏜 중국인들의 일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 거래가 새로운 스포츠로 변해버린 풍경. 농민, 가정주부, 대학생, 공장 근로자 등 수백만명의 중국인들이 주식 거래장으로 변한 주민 센터에서 북새통을 이루며 주식의 등락을 무작스럽게 관람하는 모습. 주식이란 도박을 지켜보며 신난 얼굴로 카드 도박을 하는 아주머니의 손끝에서 중국 주식시장의 거품이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칠 엄청난 파급력을 상상케 합니다.



지난 2분기에 중국 내 개설된 주식계좌가 3천8백만 개라 하니, 성실히 일하면 공정한 경쟁 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메리토크라시’ 철학에도 서서히 금이 가는 형국입니다. 



문제는 한때 5천 포인트 넘게 솟아오르던 중국 증시의 추세가 ‘상승장’에서 ‘하락장’으로 급변했단 것입니다. 27일 8.48%나 떨어진 건 물론, 당국의 안간힘에도 하락 추세가 멈추질 않습니다. 이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주식시장에 뛰어든 중국인 대부분이 도박판에서 ‘패배’한다는 걸 뜻합니다. 소수의 승자라도 있다면, 실패자의 우매함을 탓하겠지만, 모두가 실패한다면 시장, 즉 정부를 탓하는 것이 투자자의 속성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합니다.



이런 투기적 광풍이 정권에 부담을 주진 않을까 우려했는지, 중국 관영언론 차이나 데일리는 “재앙은 마지막 시험대를 제공했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탐욕은 위험한 것”이라며 투기적 투자자들을 비판하고 증시가 아닌 안정적인 채권 투자를 권고했습니다. 또한 추후 정부의 개혁으로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증시가 폭락하는 것은 개혁 때문이 아닌 개혁을 하지 않아서"라며 "개혁을 탓하지 말라”는 경고도 전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대 경제 대국입니다. 이런 경제 규모로 7% 성장을 하는 건 사실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세계 최고 수준에 소득 불평등이 잠복해 있습니다. 루이스 전환점을 찍은 중국 경제라 중국 대졸자들도 한국 청년처럼 취업난에 허덕입니다. 평생 성실히 일해도, 초고성장 기간 투자와 투기의 틈새에서 돈을 쓸어 담은 부모 세대와 그 자녀인 푸얼다이를 따라잡긴 어렵습니다. 계급 상승 사다리가 무너진 것입니다. 그런 현실에서, 놀라운 상승세를 보인 증시는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심어줬습니다. 물론 폭락한 시장은 언젠간 안정세를 찾고, 다시 상승할 것입니다. 시장의 장기적 가치를 고려치 않은 중국 당국의 무분별한 자금 투입이 소정의 성과를 거둘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광폭의 등락 속에서 자신의 주머니를 지키고 살아남을 투자자가 그리 많진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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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데일리:"Disaster is Providing ultimate 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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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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