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나라를 지옥이라 부르며 탈출길을 모색하는 한국 청년들 (by The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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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 파이필드(@annafifield) 기자



서울 도심가의 건물에서 한 근로자가 야근을 하고 있다. 촬영: Jun Michael Park(@JunMichaelPark )/For The Washington Post)



화려한 불빛, 신나는 케이팝, 유비쿼터스한 기술에 속지 마라. 한국 청년들은 이곳을 생지옥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20~30대 청년들은 한국을 이렇게 정의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은 명문대에 가고 화려한 직장을 얻지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은 사회보장도 해주지 않는 저임금 직장에서 장시간 일해야 하는 나라. 



그런 한국을 위한 특별한 말도 있다. 바로 헬조선. 지금의 한국 사회가 과거 유교적 계급제와 봉건 제도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던 500년 역사의 조선 왕조를 떠올리게 한다며 생겨난 신조어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 기르는 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워요. 우리 세대에겐 답도, 미래도 없습니다” 방송작가 황민주(26)씨의 말이다.



민주씨는 여행 가방에 짐을 싸서 월요일에 출근해 목요일 밤이 돼서야 집에 돌아오곤 한다. 사무실에서 먹고, 씻고, 2단 침대에서 자는 생활을 반복하며 말이다. 민주씨는 “저녁 9시에 일이 끝나면, 그날은 일찍 끝나는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민주씨의 수입은 일정치 않다.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으면 아예 돈을 받지 못한다. 계약서도 없는 그녀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는 건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한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에요. 하지만 없다면…” 민주씨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왼쪽 사진) 김현민씨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일했었다. “국회의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었습니다. 안정성이라곤 전혀 없는 일이었죠.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국회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 언젠간 출마하고 싶습니다”

촬영:: Jun Michael Park/For The Washington Post


(오른쪽 사진) 황민주(26)씨는 방송 작가다. “잠이 들 때면 내일도 일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어요. 프로듀서의 문자 하나로 해고당할 수 있는 처치죠. 제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으면 돈도 받지 못하구요. 부모님과 함께 사는 덕에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촬영:: Jun Michael Park/For The Washington Post



민주씨 세대의 많은 한국 청년들은 이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의 부모님 세대는 1960~70년대 한국의 놀라운 경제 성장 시기와 함께했고 1980년대에 찾아온 민주주의를 경험했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 뒤에 태어난 세대들은 성장의 역풍을 맞이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재벌 아래서 허덕이며 살아가는 나머지 사람들처럼 말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집, 희망을 잃었다. 특히 한국인들에겐 위기의 여파가 과거 창창하던 산업화 시기와 비교되며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한국 경제는 주춤거리고 있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2.6%로 떨어졌고 안정성과 사회보장 혜택이 없는 비정규직이 늘어났다. 이런 경향은 이제 막 첫 직장을 구하는 청년들에게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통계청은 작년 취업한 청년 중 2/3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재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유수 재벌인 삼성, 현대 두산 역시 직원을 해고하거나 조기 퇴직을 권유하고 있다.



목요일 밤, 환한 불빛이 켜진 서울 도심의 건물에서 직장인들이 야근을 하고 있다. 촬영:: Jun Michael Park/For The Washington Post



이런 암울함 속에서 점점 더 많은 한국 청년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SNS에 토로하고 있다



5천명이 넘는 사람‘헬조선’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고 ‘헬 코리아’란 웹사이트엔 한국의 끔찍한 일상을 묘사하는 그래픽 자료들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고된 노동, 높은 자살율, 심지어는 비싼 과자 가격 같은 것까지 말이다.



많은 온라인 포럼에선 한국 탈출을 위한 조언이 이어진다. 어떤 이들은 미국 시민권을 받는데 유리한 미군 입대를 도와주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유망하다는 용접공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이런 현상은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호주로 이민간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장강명 소설가의 ‘한국이 싫어서’는 작년 한국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경향신문에 실린 손아람 작가의 망국 선언문 큰 화제를 모았다.



“만약 제 삶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제게 미래라 말할 것이 없습니다" 법학 공부을 하다 알바노조에서 일하기 위해 휴학 한 이가현(22)씨의 말이다. 가현씨는 “한국에서 파트타임이란 뜻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풀타임으로 일한다는 뜻입니다”라고 말했다.



가현씨는 대학을 다닐 때 공부를 하며 맥도날드와 빵집 프랜차이즈에서 주5일간 매일 6시간을 일했다. 좁아 터진 월세방은 매달 그녀의 한달 수입 중 절반인 54만원을 가져갔다. 



가현씨는 “노동 전문 변호사가 되어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하루 14시간 근무가 일상인 이곳에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졌다고 더 행복한 것도 아니다. 2012년 좌파 성향의 한 정치인은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로 대선에 출마했었다.





장한슬(21)씨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있다. “아주 어릴 땐 독일에서 살았어요. 부모님이 유학을 하고 계셨거든요. 한국이 민주화된 후 부모님과 함께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중산층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미래에도 부모님만큼 살 수 있을진 잘 모르겠습니다” 촬영:: Jun Michael Park/For The Washington Post



인터뷰가 공개되면 회사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성만 밝힌 송모(34)씨는 작년, 아내가 딸을 출산해 퇴직한 후 대기업에서 작은 회사로 이직했다. 그는 전 직장에서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 1시에 퇴근했다고 말했다. “제 상사는 항상 이렇게 말했죠. 회사가 우선이고 다음이 가정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청년들을 답답하게 하는 건 그들의 부모님이다. 성실히 일해 코리안 드림을 성취한 부모님의 해답은 더 많은 노력을 하라는 것뿐이다.



“부모님은 제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세요” 환경단체에서 일했고 지금은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페이스북 그룹 운영자인 여정훈(31)씨의 말이다. “한번은 회사 회의에서 상사가 제게 ‘너는 이 직업과 안 맞는 것 같아’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말이죠. 굴욕적이었지만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순 없었어요. 출구가 없는 지옥 같았습니다”




*원 저자인 아나 파이필드 기자의 허락을 받고 기사 전문을 번역해 공유합니다. 번역자:박태인(@tellyoumore)

외신번역프로젝트:www.facebook.com/translation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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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0 : 댓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