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령 재외국민 유권자 유정준(98) 할머니 (출처=연합뉴스)]




18대 대선 투표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5일부터 실시된 헌정 역사상 첫 재외국민 대선 투표는 오는 10일까지 이어지고, 국내 부재자 투표도 13~14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선관위가 밝힌 재외국민과 부재자 선거인단을 합하면 약 130만 명. 전체 유권자 4천 52만 명의 2.8%가 대선 당일 (19일) 이전에 투표를 마친다.
 
 
 
지난 15, 16대 대선에서 두 유력 후보의 승패가 평균 1.95% 차이로 갈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2.8%’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이미 투표를 마친 유권자의 입장에서 입이 간지러울 수도 있다.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말하고 싶은데 혹시 선거법에 걸리지 않을지 걱정이다. 

 

 
1994년 모든 선거법 규정을 통합한 공직선거법이 발효된 이후 선거 때마다 300조 가까운 선거법 조항에 유권자들은 민주주의에 꽃인 선거에서 지레 움츠려들고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에 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은 일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번 18대 대선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선거 당일(19일, 한국시간)을 제외하곤 온라인-오프라인에서 “특정 후보를 뽑았습니다” 라고 밝혀도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중앙선관위 언론홍보팀 이환규 사무관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선거 당일을 제외하곤 인터넷과 SNS에서 ‘특정 후보를 찍었다’고 말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오프라인도 마찬가지다. 
 

 

또한 작년 12월 29일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인터넷과 SNS’를 선거운동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킨 조치에 한정 위헌 판결을 내렸기에 유권자는 대선 당일을 제외하곤 인터넷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자유로운 선거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의 이런 최종 입장을 듣기전까지 선관위 직원들은 인터넷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특정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할 수 있냐는 필자에 질문에 일관되지 않은 입장을 전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재외국민 투표 인증샷 모음. 출처=@thehanimuse]


선관위 법규안내센터 관계자는 필자에게 “투표 후보를 밝히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재외국민 조사2과 관계자도 “확실히 알 순 없지만 공직선거법상 비밀투표 침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모호한 답변을 했다.

 

 
작년 ‘인터넷-SNS 선거운동 규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있었고 이 문제와 관련해 올해 대선에서 재외국민 및 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유권자들의 궁금증이 예상됐음에도 선관위는 이런 질문에 대해 준비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SNS에서 재외국민 투표를 한 일부 유권자들은 선관위가 아닌 필자에게 “자신이 투표한 후보를 인터넷에 밝혀도 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었다.
 

 

이런 선관위의 준비되지 않은 입장은 선관위 직원들도 잘 알기 어려운 ‘누더기 공직선거법’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황영민 간사의 말이다.
 

 

황 간사는 작년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선거운동 규제 한정 위헌’ 판결을 이끌었던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황 간사는 “선거법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300조 가까이 되는 선거법 조항과 이를 규제하는 선관위의 유권해석 범위가 넓다보니 선거법 내용 자체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황 간사는 투표 당일 인터넷 선거 운동을 제한한 현행 선거법도 사실 ‘실효성’이 없다며 “선거 전날 특정 후보를 지지한 트윗을 작성했는데 그 트윗이 선거 당일 리트윗 되는 경우를 고려해본다면 인터넷 선거 규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런 논란을 종식시킬 해법은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돈에 관한 규제만 묶어두고 나머지는 풀어주는 것“이 황 간사의 입장이었다.

 

 
박경신(@unbeatenpath)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필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공직선거법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선거 당일 인터넷에 투표 후보를 밝히는 것을 선거운동으로 규정하고 제한한 선관위의 입장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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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중훈(@moviejhp)씨가 6일 오전 트위터에 "두 편의 영화가 있을 때 둘다 보기 싫어서 안 보면 두 영화가 모두 망합니다"라며 대선 투표 독려 트윗을 남겼습니다. 

 

 
박중훈씨는 이어 영화는 망해도 되지만 "투표는 둘 다 보기 싫어 기권하면 진짜 보기 싫은 사람이 되는 수가 있거든요"라며 "12월 19일 좀 상황이 어려워도 꼭 투표해야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박중훈씨는 작년 11월 "정치 영향력이 영화보다 크다"며 투표 독려 글을 남겼던 적도 있었습니다.


 
박중훈씨는 6일 후속 트윗에서 "흔히 투표를 안하는 것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의견 표현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며 "그건 표현이 아니라 권리의 포기"라고도 지적했습니다. 




 
또한 박씨는 자신에게 정치참여는 목적이 아니기에 직접하는 것을 꿈꾸진 않았지만 "유권자로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건 사실"이며 "좋든 싫든 정치는 우리 모두의 삶과 맞닥뜨려있기 때문에 영화를 하는 저로서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어제 오후 "투표란"이란 제목의 트윗에서 투표는 최선, 차선, 차악, 최악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라며 "어떤 경우든 일단 투표하셔야 됩니다"는 글을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습니다. 





미국에서 연예인들이 유권자의 투표 독려를 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투표 독려도 정치적으로 변해버린 이상한 한국의 정치 환경 속에서 배우 박중훈씨처럼 적극적인 투표 독려를 하는 연예인들이 많아 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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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사람들이 나한테 대해서는 아직 감정이 별로 안 좋은가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말이야"


 
개봉 4일만에 관객 100만을 돌파한 영화 '26년'에 한 장면입니다. 


 
전두환 역을 맡은 배우 장광 씨가 "요즘 젊은 친구들이 나한테 대해선 감정이 별로 안 좋은가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라며 자신을 암살하려한 광주 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을 조소하며 지나갑니다.

 

 


사실 이 대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실제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직접 말한 영상이었습니다. 두 영상을 함께 합쳐 편집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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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밝힌 대선 기간 트윗 이슈 점유율]




선관위 주최 18대 대선후보 첫 TV 토론 방송시간 동안 작성된 트윗 21만 2천건을 분석한 결과, 통합진보당 이정희(@heenews) 후보를 언급한 트윗이 민주통합당 문재인(@moonriver365) 후보를 언급한 트윗보다 2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트위터가 다음소프트와 함께 4일 밤 진행된 대선 TV 토론 방송 시간 동안 작성된 트윗 키워드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이정희 후보의 트위터 점유율이 무려 24%에 달해 점유율 12%에 그친 문재인 후보를 압도했다. 




새누리당 박근혜(@GH_Park) 후보 점유율은 25%에 육박했다. 




트위터는 이번 점유율 조사에서 "유사어와 동의어 등의 키워들간의 관련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키워드의 언급 수준에서 빈도를 계산"했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새누리당 박근혜(@GH_Park) 후보와 양자대결을 펼치며 상대적으로 뒤쳐진 여론조사 결과를 TV 토론으로 만회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위터 버즈량만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문 후보는 '이정희'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SNS 사용자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지 못한 모양새다. 



TV 토론 중 언급된 다른 키워드를 살펴보면 박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언급된 트윗이 점유율 6%를 차지해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또한 이 후보가 언급한 '다카키 마사오'도 점유율 4%를 기록 8위에 올랐다. 



또한 트위터는 이 후보가 토론 중 '삼성장학생', '전두환', '마사오' 등을 언급할 때마다 트위터의 버즈량이 상승세를 타는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트위터는 대선 기간이 가까워올수록 "국내 트윗 메시지가 증가 추세에 있다"고 전했다. 




"11월을 기준으로 한국말로 작성된 일일 트윗 평균 건수는 37만건이었지만 12월에 들어 그 수가 50만건 이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트위터는 4일 밤 한국말로 작성된 트윗이 약 84만개였고 대선 TV 토론이 방송된 두 시간 동안 그 중 25%인 21만여건이 작성됐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을 2주 앞둔 국내 유권자들의 관심이 SNS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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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사퇴 기자회견 당시 안철수의 모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대선 승리 후 트위터에 “4년 더(Four more years)"라는 글과 함께 아내 미셸 오바마와 포옹하는 사진을 남겼다. 
 


이 트윗는 현재까지 약 81만 7천회 리트윗 됐고 트위터 역사상 가장 많이 공유된 트윗으로 남아있다. 트윗의 시점이 절묘했고 오바마가 미셸을 포옹한 모습이 사람들의 ‘감정선’을 건드려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캡쳐는 지난 8일 기준]


SNS는 공감과 소통의 매체다. 자신의 생각이 더 많이 전파되고 싶다면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사람들과 공유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려야한다. 지난 23일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전격 사퇴’ 후 가장 많은 리트윗 횟수를 기록한 트윗도 모두 ‘이성’이 아닌 ‘감정’을 건드렸다. 

 

홍보회사 미디컴이 소셜여론 분석서비스 펄스K를 통해 안철수가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후 (23일) 안철수를 언급한 혹은 안철수 후보 사퇴와 관련된 트윗 버즈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안철수의 벗 박경철(@chondoc) 원장의 “당신은 늘 ‘진심’이었습니다”와 배우 유아인씨(@seeksik)의 “아름다운 단일화 같은 소리 하네” 트윗이 각각 리트윗 4610번, 4480번 (26일 오후 5시 기준)을 기록하며 안 후보 사퇴 후 가장 많이 공유된 트윗 1, 2위로 각각 꼽혔다.
 


모두 안철수의 사퇴를 알린 속보성 트윗이 아닌 사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낸 '심경’ 트윗이었다.






이 두 트윗 다음으로 ‘안철수 사퇴’와 관련해 많은 리트윗 횟수를 기록한 것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남긴 “안 후보님과 안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분들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트윗이었다. 이는 현재까지 3248번 리트윗됐다.
 



[문재인(@moonriver365) 후보 트윗 캡쳐]


미디컴이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안철수 사퇴 후 ‘안철수’라는 단어가 언급된 리트윗 상위 20건에서도 안철수의 사퇴라는 단순 사실을 알린 한겨레와 SBS 뉴스 트윗은 상위 RT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리트윗 상위 10건에 든 트윗들은 모두 안철수 후보 사퇴라는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히 보여준 것들이었다.

 

 
[안철수 후보 사퇴 후 안철수 언급 상위 리트윗 1-20위]







안철수는 떠났고 트윗은 남았다. 트위터에 6개월만에 복귀한 박경철 원장이 자신의 벗의 “아름다운 도전”을 응원했고 배우 유아인씨가 “권력을 내려놓지 않은” 민주당을 비판했다. 안철수의 경쟁자였던 문재인은 ‘진심’으로 안철수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작년 9월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던 안철수와 그를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던 박경철 원장의 모습]


SNS에서 사람들은 '진심'을 알아본다. 안철수가 대선판을 떠난 지금까지도 이들의 트윗은 공유되고 있다. 안철수의 사퇴만큼이나 이들의 트윗도 '진심'이 담겨 있기에 사람들도 리트윗으로 공감하고 전파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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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필자는 고 장영희 교수의 글을 좋아한다 소아마비와 3번의 암 투병을 겪은 사람이었음에도 '담담한 희망'을 하는 그녀의 글엔 참 큰 울림이 있다. 담담함 속에 숨겨진 담대함이라고나 할까?


감희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참 어둡고 답답한 세상이다. 무용을 꿈꾸던 학생은 로또 당첨을 꿈꾸고 등록금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은 연어알이 담긴 개음식을 만드는 참 기가막힌 세상.

그럼에도 누군가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헛된 꿈을 심어주지 않는 담담한 희망 이야기 말이다.


고 장영희 교수의 저작 <살아온 기적 살아길 기적>에 에필로그 부분을 필사했다.

오늘 하루도 건승하시길 빈다.


"희망을 너무 크게 말했나?"

By 장영희 교수.


*편집자 주: 장영희 교수님이 보고 싶은 세상이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질문자가 내게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신체장애, 암 투병 등을 극복하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이다. 그럴 때마다 난 참으로 난감하다. 그래서 그냥 본능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의지와 노력으로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라 내 안에서 절로 생기는 내공의 힘, 세상에서 제일 멋진 축복이라고, 난 그렇게 희망을 아주 크게 떠들었다. 여러분이여 희망을 가져라,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에피소드도 인용했다. 두 개의 독에 쥐 한 마리씩 넣고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한 후 한쪽 독에만 바늘구멍을 뚫는다. 똑같은 조건 하에서, 완전히 깜깜한 독 안의 쥐는 1주일 만에 죽지만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오는 독의 쥐는 2주일을 더 산다. 그 한 줄기 빛이 독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희망이 되고, 희망의 힘이 생명까지 연장시킨 것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읽은 헨리 제임스의 <미국인>이라는 책의 앞부분에는, 한 남자 인물을 소개하면서 '그는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무서워 살금살금 걸었다'라고 표현한 문장이 있다. 나는 그때 마음을 정했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꺠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다, 라고.

아닌 게 아니라 내 발자국 소리는 10미터 밖에서도 사람들이 알아들을 정도로 크다. 낡은 목발에 쇠로 된 다리보조기까지, 정그렁 찌그덩 정그렁 찌그덩, 아무리 조용하게 걸으려 해도 그렇게 걸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돌이켜 보면 내 삶은 요란한 발자국 소리에 좋은 운명, 나쁜 운명이 모조리 다 꺠어나 마구 뒤섞인 혼동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흑백을 가리듯 '좋은' 운명과 '나쁜'운명을 가리기는 참 힘들다. 좋은 일이 나쁜 일로 이어지는가 하면 나쁜 일은 다시 좋은 일로 이어지고....끝없이 이어지는 운명행진곡 속에 나는 그래도 참 용감하고 의연하게 열심히 살아왔다.

*편집자 주: 그녀가 떠나던 날, 세상과 운명은 참 모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래도 분명 '나쁜 운명'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마 지난 2001년 내가 암에 걸린 일일 것이다. 방사선 치료로 완쾌 판정을 받았으나 2004년 다시 척추로 전이, 거의 2년간 나는 어렵사리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2006년 5월, 중단했던 월간지 칼럼 '새벽 창가에서'로 나는 다시 돌아왔다. 그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글에서 썼듯이 나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3년 만에 '홀연히' 다시 나타난 것이다.

나는 그게 희망의 힘이라고 떠들었다. 내 병은 어쩌면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아름다운' 경력일 거라고 쓰기도 했다. 췌장암에서 기적처럼 일어난 스티브 잡스 흉내를 내,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어쩌면 삶을 리모델링해서 더욱 의미 있고 깊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전제 조건일지도 모른다고도 썼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에 대한 생각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 돌이켜 보면 나는 나의 희망 이야기를 스스로 즐겼다. 미국 사람들은 좋은 일을 크게 말하면 공기 속에 떠다니는 나쁜 혼령이 시샘해서 훼방을 놓는다고 믿는다. 난 나쁜 혼령이 듣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떠들었다. 그런데 나는 암이 다시 척추에서 간으로 전이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난 다시 나의 싸움터, 병원으로 돌아와 있다. 살금살금 조심조심 삶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는데, 나는 저벅저벅 큰 발자국으로 소리내며 걸었고, 그래서 다시 나쁜 운명이 깨어난 모양이다.

지난번보다 훨씬 강도 높은 항암제를 처음 맞는 날, 난 무서웠다.'아드레마이신'이라는 정식 이름보다 '빨간약'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항암제. 환자들이 빨간색을 보기만 해도 공포를 느끼고, 한 번 맞으면 눈물도 소변도, 하다못해 땀까지도 빨갛게 나온다는 독한 약. 온몸에 매캐한 화학물질 냄새와 함께 빨간약이 내 몸에 퍼져 갈 때, 최루탄을 맞은 듯 눈이 따가웠다.

그날 밤 문득 잠을 깼다.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옆 침대에서는 동생 둘이 간병인 용 침대 하나에 비좁게 누워 잠이 들었고, 쌕쌕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에 천장의 흐릿한 얼룩이 보였다. 비가 샌 자국인가 보다.

그런데 문득 그 얼굴이 미치도록 정겨웠다. 지저분한 얼룩마저도 정답고 아름다운 이 세상, 사랑하는 사람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세상을 결국 이렇게 떠나야 하는구나. 순간 나는 침대가 흔들린다고 느꼈다. 악착같이 침내 난간을 꼭 붙잡았다. 마치 누군가 이 지구에서 나를 밀어내듯. 어디 흔들어 보라지, 내가 떨어지나, 난 완강하게 버텼다.

이 세상에서 나는 그다지 잘나지도 또 못나지도 않은 평균적인 삶을 살았으니 무슨 일이 있어더 그다지 길지도 짧지도 않은 평균 수명은 채우고 가리라. 종족 보존의 의무도 못 지켜 닮은 꼴 자식 하나도 남겨두지 못했는데, 악착같이 장영희의 흔적을 더 남기고 가리라.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그떄.....'생각하고 좋은 일 하나 못했는데 손톱만큼이라도 장영희가 기억될 수 있는 좋은 흔적 만들리라.

언젠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이 내게 물었다. "한 눈먼 소녀가 아주 작은 섬 꼭대기에 앉아서 비파를 커면서 언젠가 배가 와서 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녀가 비파로 켜는 음악은 아름답고 낭만적은 희망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물이 자꾸 차올라서 잠기고 급기야는 소녀가 앉아 있는 곳까지 와서 찰랑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자기가 어떤 운명에 처한 줄도 모르고 아름다운 노래만 계속 부르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그녀는 자기가 죽는 것조차 모르고 죽어 갈 것입니다. 이런 허망한 희망은 너무나 비참하지 않나요?"

그때 나는 대답했다. 아니, 비참하지 않다고. 밑져야 본전이라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노래를 부르는 게 낫다고. 갑자기 물때가 바뀌어 물이 빠질 수도 있고 소녀 머리 위로 지나가던 헬리콥터가 소녀를 구해 줄 수도 있다고. 그리고 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듯이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

그 말은 어쩌면 그 학생보다는 나를 향해 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여전히 그 위대한 힘을 믿고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

*장영희 교수는 2009년 9월 9일 항년 57세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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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캠페인은 공격하는 후보자의 지지층을 결집 시키고,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중도적 성향 유권자의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미국 미주리 주립대학 커뮤니케이션 학과 미셸 맥킨니 교수의 말이다.맥킨니 교수는, 미국 상원의회와 백악관에 몸을 담았으며, 미국 대통령 TV 토론 집행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던 미국 정치 커뮤니케이션계의 권위자이다. 그는 2002년 한국 대선에선 KBS 대통령 TV 토론 자문을 맡기도 하여, 한국과의 인연도 깊은 편이다.

그에게 최근 서울 시장 재보선 선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관해 물었다. 맥킨니 교수는, 네거티브 캠페인의 주요 목적은 정치판 자체를 더럽게 하여, 선거에 관한 유권자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데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런 상황일수록 책임있는 언론이 정치인의 말들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인은 당선되기 위해 어떤 말이라도 하는 사람들"이라고 일갈했다. 인터뷰는 미국 시각으로 17일 그의 연구실에서 약 30분 동안 이루어졌다. 그는 자신이 하는 말들이, 특정한 서울 시장 후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셸 맥킨니 교수는, 미국 정치 커뮤니케이션계의 권위자다.

박태인: 서울 시장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선 가능성이 큰 나경원과 박원순 두 후보 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모습인데요. 네거티브 캠페인 논란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선거 기간 중, 합리적 비판과, 네거티브 캠페인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미셸 맥킨니: 일반적으로 양측 후보 간의 공방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네거티브 캠페인 논란이 발생할 경우, 공세를 취하는 후보는 이를 정당한 비판이라 주장하고, 공세를 받는 후보는 이를 공정하지 않은 네거티브 캠페인이라 주장합니다. 정당한 비판이란, 공세를 취하는 후보가 상대 후보가 과거에 취했던 정치적 입장, 추구하는 정책, 비전, 아이디어, 과거의 투표 및 여러 정치적 기록을 가지고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을 가리키죠. 이에 반해, 네거티브 캠페인은 상대 후보의 사생활 문제나 인격을 비판하는 것을 말합니다.

박태인: 서울 시장 선거 초반, 여당 출신의 나경원 후보가 시민 및 야당 출신인 박원순 후보에게 6~8%가량 뒤처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나경원 후보가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논란이 벌어진 이후, 두 후보 간의 격차가 박빙인 모습인데요.

미셸 맥킨니: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주로 뒤처져 있는 후보 혹은 야당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더 많은 공격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공격 혹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항상 효과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공격을 받는 후보가 네거티브 캠페인에 효과적으로 대응만 한다면, 이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죠. 하지만 공격을 받는 후보가, 상대방의 공격을 단순히 무시한다거나, 유권자가 네거티브 캠페인을 단순히 무시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여러 논문을 살펴보게 되면 유권자는 공격을 받는 후보가 네거티브 캠페인의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그 공격 안에 일종의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떄문입니다. 네거티브 캠페인에는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그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박태인: 네거티브 켐페인은 지지율을 올리는 효과적인 방법입니까?

미셸 맥킨니: 네거티브 캠페인은 후보자의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좌우의 정치적 성향이 강하지 않은 중도적 유권자의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는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에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거나,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유권자가 네거티브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듣게 된다면, 이들은 정치판을 더럽다고 생각하고 선거에 관심을 끄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네거티브 켐페인은 공격을 하는 후보 자신이나 상대방 후보의 핵심 지지층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수 있지만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중도적 성향 유권자의 투표율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정치를 더럽게 만들어 유권자에 선거에 대한 관심을 끄게 만드는 것이죠.

박태인: 국에선 종종 정치인들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언론에 제공하고, 언론은 이를 검증하지 않은 체 받아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미셸 맥킨니: 선거에선, 유권자 즉 시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어떤 정보가 거짓말이고 어떤 정보가 합당한 비판인지를 구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런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어떤 후보가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렇게 여유로운 사람들이 아니에요. 미국에선 지난 여러 선거를 통해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밝혀주는 많은 *팩트체크 사이트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사이트들이 생기게 되면, 정치인들은 더욱 자신의 말에 조심하게 됩니다. 악의적이고 완전한 거짓말을 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FactCheck.org는 미국의 대표적인 팩트체크사이트이다. 정치인들의 주장들을 엄증히 검증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박태인: 후보 간의 공격만이 오가다 보니, 각 후보가 어떤 정책을 추구하는지 알기가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미셸 맥킨니: 이런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눠봐야합니다. 실제로 각 후보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이 심하게 지속하는 경우와, 두 후보간의 정책적 차이가 별로 크지 않은 경우로 말이죠. 실제로 선거에 나선 두 후보 간의 정책적 차이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별로 크지 않은 경우 후보들은 서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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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인: 네거티브 캠페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입니까?


미셸 맥킨니: 복합적이라고 봐요. 네거티브 캠페인의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보면, 네거티브 캠페인은 유권자의 머릿속에 공격을 받는 후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유권자에게 상대 후보의 정책보다는, 후보의 부정적인 이미지나,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들 각인시키는 거지요. 두 번쨰는 다시 이야기 하지만 즉 좌우 정치적 성향이 강하지 않은 유권자의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겁니다. 만약 이들이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을 유권자들이라면, 결국 자신의 표를 버는 일 아니겠어요?

박태인: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처해야 할 올바른 시민의 자세는 무엇입니까?

미셸 맥킨니: 첫 번째론 합리적 비판과 네거티브 캠페인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모든 정치적 공격이, 잘못된 공격은 아니에요. 후보자의 계획, 정책, 비전, 아이디어 등에 질문을 던지고 비판하는 것은 선거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두 번째로, 유권자는 각 후보 간의 정책적 차이를 구별해야 해요. 어떤 후보가 더 낫고, 효과적이며 실현 가능한 정책을 보여주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책임 있는 언론이 필요합니다. 언론은 단순히 각 후보자가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멈출 것이 아니라, 각 주장을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시민중엔, 정치인들의 주장과 거짓을 다 판별할 자원이나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언론인이 대신 검증해줘야 하죠.

박태인: 네거티브 캠페인은 나쁜 것입니까?

미셸 맥킨니: 네거티브 캠페인은 선거마다 있어온 정치 캠페인의 현실입니다. 그 존재를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언론은 유권자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지, 정치인들 사이에 무엇이 옳고 그른 공격인지를 검증해야 합니다. 만약 정치인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게 하고 이를 아무도 검증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말 위험한 일이에요. 특정 서울 시장 후보를 가리키며 하는 말은 아니지만, 정치인은 당선되기 위해 어떠한 말이라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일반적인 현상을 이야기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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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학교 중 한 곳: 이화여대. 사진출처=한겨레

강남의 한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서울 주요 대학에 진학했다. 부모님은 강남이나 분당에 집 한 채씩을 가지고 계신 중산층 베이비붐 세대이다. 현재 25살인, 나와 내 친구들은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우린 한국 사회에서 혜택받은 계층이다. 하지만 필자와 친구들이 바라보는 미래는 낙관적이지 않다. 종종 우린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엔, 부모님 만큼은 살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계층 하락의 불안과 공포를 나눈다. 현실은 우리에게 고시와 유학을 강요했다.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강남에 사는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이 정도라면, 학자금을 대출받아 지방대를 다니는 청년들이 바라보는 미래는 절망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서울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에서 남녀 대학생 5,000여 명이 다단계 업체에 집단 수용돼 있었고, 이들 중 대부분 피해학생이 가난한 지방대 출신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이다. 사회가 가난한 지방대 학생들에게 다단계를 강요했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20대에게 놓인 선택지가, 고시로 대표되는‘안정된 직장’과 다단계라는‘일확천금의 기회’ 두 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이런 20대에게,  이명박 대통령은 “도전 정신과 용기를 갖추고, 눈높이를 낮추라”라고 말했고, 박경철, 안철수 원장은 “미안하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위로했다. 

좋다. 한국의 20대도 용기를 가지고 싶다. 그 사과도 받아들이며, 현재의 아픔이 미래의 자산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그전에, 20대가 정부와, 한국의 중, 장년층에게 바라는 것이 3가지 있다. 등록금과 거주, 고용의 불안을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공립대와 사립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세계 2위였다. 등록금이 비싸니 학생들은 돈을 대출한다. 다만, 갚지 못할 뿐이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대학생 1인당 등록금 대출액은 2005년 283만 원에서 2011년 812만 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학생들도 2007년 3,785명에서 2011년 2만 9,709명으로 무려 7배 이상 증가했다.

어떻게든 등록금을 해결하고, 졸업해도, 20대가 들어갈 직장은 비정규직이다. 통계청은 올해, 3월 20대 근로자 333만 4,000명 가운데, 101만 4,000명이 비정규직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빚더미를 지고 사회에 나간 20대 3명 중 1명에겐, 기다리는 일자리는 4대 보험도 보장받기 어려운 비정규직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57.3%에 불과한 135만 6,000원이다.

아픈 청년들이 어려운 취업난까지 뚫었다고 하자. 하지만 정규직의 희망을 안고, 대기업 하도급업체나 중소기업 비정규직에 들어간 20대는 또 한 번의 난관에 부딪힌다. 자신의 월급으로 살만한 집을 구할 수 없기 떄문이다. 저금리 탓에 전세보단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고, 서울에서 50만 원 이하의 월셋집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평균 임금 135만 원, 관리비를 포함 자신의 월급에 절반에 달하는 70만 원의 월세를 매달 내는 20대 ‘렌트 푸어’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2010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보게 되면, 지난해 월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21.4%로, 처음으로 20%를 돌파했으며 올해 6월 통계청 자료에선, 월세 상승률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8%나 올랐다.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한국의 20대가 용기와 희망을 품고 세상을 살기 바란다면, 우리에게 강요되는 이 3가지 불안, 등록금, 고용, 거주 불안을 해결해달라. 우리의 부모님세대는, ‘가족 공동체’의 전통이라도 남아 있어, 세상에 도전하다 실패하더라도 가족의 힘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OECD 최고 수준의 이혼율을 기록하는 대한민국에서, 20대가 기댈 곳이라 곳, 자기 자신 그리고 아파트 1채가 재산 전부인 베이비붐 세대 부모님 뿐이다.

고시와 다단계라는 답안지를 강요당하는 20대 청년들에 3대 불안을 해결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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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두천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잭슨 이병,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만약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남성이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 고문을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면 어떻게 될까?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모든 미국의 언론은, 성폭행범 보도의 전례대로 용의자의 얼굴을 포함 밝힐 수 있는 그의 모든 신상을 공개할 것이며, 캘리포니아 법정은 비록 용의자가 초범일지라도 그에게 종신형을 고할 확률이 매우 높다. 2010년 캘리포니아 의회는 미성년자에게 감금 및 고문 등이 병행된 성범죄를 저지른 자는 초범일지라도 임시 석방 없이 종신형을 고할 수 있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그렇다면 2011년 경기도 동두천 고시텔에 잠입해 10대 소녀를 4시간 동안 성폭행하고, 볼펜 라이터로 변태적인 성행위를 한 주한미군 제2사단에 소속 잭슨 이병이 받을 최대 형량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따를 경우, 법원은 잭슨 이병에게 최소 징역 7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성폭행에 지나치리만큼 관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전례와 주한 미군이 한국에서 저지른 성폭행에 대해 선고한 과거 형량을 고려해보았을 떄, 잭슨 이병이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01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가 개정된 이후, 성폭행을 저지른 미군에게 한국 법원이 선고한 최대 형량은 올해 2월 한 노부부 집에 침입해 아내를 성폭행하려다 도망친 로이드 이병에게 내려진 7년에 불과하다. 2008년 당시 8살 초등학생을 성폭행해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두순에게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12년이었고, 영화 <도가니>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광주 인화학교 사건에서, 장애 학생을 성폭행한 전 교장 김아무개씨가 법원으로부터 받은 형량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비록 지난 4월, 법원이 여중생을 성폭행 후 살해한 김길태에게 무기 징역을 선고했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성폭행범에게 법적 최고 형량인 무기 징역을 가하는 것은 언론에 뉴스거리가 될 만큼 드문일이다.

성폭행범에 대한 한국의 엄격한 법률은 법원에게 있어 무늬에 불과한 것이다. 조두순 사건 판결에서 법원이 직접 밝혔듯, 2008년까지, 우리나라에서 강간 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죄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왜 한국 법원은 성관련 범죄자에게 이리도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일까? 이는 우리 사회내, 성폭행에 대한 잘못된 통념들과, 권력을 지닌 사회 윗사람들의 여성인권에 대한 매우 낮은 수준의 이해 떄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선 성폭행의 책임이 피해자인 여성에 ‘야한 옷차림이나, 말투’떄문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성폭행 수사를 하는 경찰의 피해 여성에게 모욕을 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성폭력범을 법원에 데리고 가야할 검찰은 기업들로부터 ‘떡값’을 받아 ‘떡값 검사’라 불리고 있다. 한 연예인은 우리나라 유력 언론사 대표와, 방송사, 기업체 간부에게 성상납 강요를 받다 결국 목숨을 끊었으며, 대학생들에게 “다 줄 생각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라고 말했던 강용석 의원은, 여전히 국회의원 뱃지를 가슴에 단체 여의도로 출근 중이다. 지난 6월, 트위터로 한 여학생에게 외설 사진을 보내 논란이 되었던 미국의 앤서니 위너 하원의원은 즉각 사퇴했던 모습과는 매우 비교되는 현실이다.

성폭행범은 법정에서 보다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한다. 성폭행의 피해자가 평생 짊어져야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고려한다면, 성폭행범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보다 더 엄격해져야한다. 한국 사회내 여성의 인권은 보다 확장되어야하며, 그 권리를 보호할 권력을 지닌 사회 윗분들의 여성 인권에 대한 시각은 수정 되어야한다. 한 여성의 인권은, 내 어머니의 인권이기도, 내 사촌 여동생의 인권이기도, 내가 사랑할 사람의 인권이기도 하기에, 성폭행범에 대한 법원의 합당한 처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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