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안보포럼 마지막 날 기자회견을 갖는 리영호 북한 외무상 (Credit: 하노이 AP기자:@haudtt)
아태 지역 최대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지난 26일 폐막했다. 회담의 핵심은 의장성명에 북핵 규탄 문구와 중국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거부한 12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 판결 내용의 삽입 여부였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들어갔고 후자는 빠졌다. 한국은 진땀을 뺐고 중국은 아세안에서의 영향력을 확인했다. 회담 전 성주에 사드배치가 결정됐고 북한의 우방국인 라오스가 회담 의장국이라 부담이 컸던 한국 외교엔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다.
이번 회의에선 이 문제만큼 주목을 끈 게 있다. 바로 아세안 내 갈등이다.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아세안은 갈라섰다.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편을 들었다. 이웃 국가인 베트남과 필리핀이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 회담에서 '헤이그 남중국해 판결' 내용이 빠진 것도 캄보디아가 반대해서다. 아세안은 모든 국가가 동의하지 않으면 공동성명을 채택할 수 없다. 이에 반발한 필리핀 시민들은 "캄보디아는 아세안에서 탈퇴하라"는 '캄보디아 엑싯(exit)' 운동을 펼쳤다.
이번 갈등을 두고 이견을 표명한 아세안 전문가 2명을 인터뷰했다. 싱가포르 아세안연구소 탕 시우 문 소장과 캄보디아 전략연구소 치엉 반나릿 소장이다.
문 소장은 싱가포르 영자지 '투데이'에 캄보디아를 비판하며 "아세안이 살려면 만장일치 의사결정 시스템을 다수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반나릿 소장은 아세안의 요체는 '합의' 정신'이라며 "캄보디아에 특정 입장을 강요하면 아세안은 깨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남중국해란 첨예한 갈등과 북핵이란 커져가는 위협 속에서 아세안은 '만장일치 의사결정'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까. 2017년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의장국은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이번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 판결의 원고이자 승소국이다. 아직 아세안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단 뜻이다.
"캄보디아는 아세안의 이익을 철저히 외면했다"
탕 시우 문(Tang Siew Mun)-싱가포르 아세안연구소 소장 인터뷰
Q: 현재 아세안 의사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만장일치 시스템이 아세안을 파괴한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그런가?
탕 시우 문(이하 문): 현재 구조는 항상 모든 회원국 국가의 동의를 받는 만장일치 시스템에 상당한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 구조는 '기브 앤 테이크' 문화가 가능할 땐 좋을 수 있으나 서로간의 의견이 갈리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견은 정상적이며 피할 수 없다. 문제는 한 국가가 트로이의 목마처럼 아세안의 결정을 방해할 수 있단 점이다.
Q:하지만 아세안의 핵심은 센트럴리티, 즉 통합성의 정신 아닌가? 이런 것에 장점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문:통합성은 오래된 원칙은 아니다. 새롭지만 중요한 아세안의 원칙이다. 아세안 국가와 외부 강국에게 모두 중요한 가치다. 이런 통합성은 모든 국가가 지역 문제에 책임감을 갖도록 해주는 면이 있다.
Q:현재 '만장일치 시스템'이 문제라면 다른 대안은 있는가?
문:한 가지 대안은 초다수결의제(super majority)를 도입하는 것이다. 10개 중 8개 국가가 찬성하면 그 방향으로 나아가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세안의 포용성을 보장하고 트로이 목마로부터 아세안을 보호할 수 있다.
Q:아세안 공동선언문과 ARF 의장성명에 '헤이그 남중국해 판결' 내용을 빼도록 한 캄보디아의 행동이 아세안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생각하는가?
문:남중국해 문제를 외면한 캄보디아의 행동은 아세안 국가의 이익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물론 중재 재판소 판결이 필리핀과 중국 당사자간 문제란 캄보디아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는 남중국해가 지역 안정과 안보에 미치는 더 중요한 영향을 고려치 않은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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