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에세이를 모으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당신은 왜 투표하는지에 관해 묻고 그 이유를 나에게 보내달라고 말했다. 대세론과 심판론 그리고 인적 쇄신이라는 정당들의 허울뿐인 변화속에 개개인의 유권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했다.


당신은 왜 투표하는가? 이번 총선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쓰고싶은 만큼의 분량을 적어 필자에게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Parktaeinn@gmail.com


"나는 투표한다. 한국의 정치를 위해 다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도록 다들 이젠 정치적 불만이 아니 자신의 일상을 더욱 즐길 수 있도록."


By 김소영 (@Akimpopo)

런던에서 활동중인 디지털 마케터 

 


언젠가 영국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몇몇 정치적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특히나 BBC 뉴욕타임스 에서 까지도 조명을 받았던 정봉주 전 의원의 관련 기사를 읽고 외국인 친구들 모두 한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다들 쇼크를 받은 듯했다. 심지어 내가 앞으로 트위터를 통해 외국미디어들에게도 한국의 정치 관련 뉴스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고 하자 혹시 그러다 너도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 아니냐는 걱정들을 했다. 내가 내 생각을 그리고 한국의 정치뉴스를 트위터로 전달하려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도 사람들을 걱정하게 할 만큼 현재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기엔 뭔가 비상식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듯하다. 의문점이 많은 사건에 대해 의혹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게 되고 사람들은 티브이 속의 뉴스들과 신문들을 불신하게 되었고 진실을 말하려 하는 사람들은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이상한 요지경 세상 속 이다.

 
나는 지금 정말 민주주의 나라의 국민인 것일까? 정말 뭔가 가슴이 답답해진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사진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턴가 많은 사람들의 트윗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의 주제가 정치가 되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저녁모임에서도 직장인들의 회식자리에서도 심지어 어린 학생들까지 불만을 쏟아내고 울분을 토해낸다. 몇몇 유명 연예인들은 자신의 본업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정치 관련 사회 활동을 보이기도 하고 그로 인한 방송정지등의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정치적인 소신을 드러낸다. 방송국과 신문사의 기자들은 언론 통제 장악에 반대하며 자신이 소속된 언론사의 뉴스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하고 파업에 나섰다. 우린 어쩌다 자신의 생업과 본업 외에 이리도 어렵고 멀게도 느껴질 있는 정치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정봉주 전 의원에 수감에 팬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출처:오마이뉴스 


그건 비상식적이고 정의에 어긋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는 현재 한국 정치의 현실 때문이지 아닐까. 그리고 그로인해 발생한 사회적 병폐들이 오랜 염증처럼 곪을데로 곪다가 펑하고 터져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염증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과 세상의 즐거운 이야기들보다 정치에 대한 불만, 답답함, 분노 등을 시위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해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비난하고 못마땅해하는 정치인들을 뽑은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들은 자기 마음대로 자신들을 국회의원 혹은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사람들이 아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선 그렇게 수도 없다. 그들을 국민의 대표로 뽑은 이들은 바로 우리이다. 우리의 투표로 그들은 자리와 파워를 갖게 되었고 우리를 대표해 정책을 정하고 법을 정한다. 내가 국민 투표에 의해 뽑혀 직접 정치인이 되지 않는 이상 자신이 원하는 정책들이 실행될 있도록 내가 할수 있는 가장 파워풀한 액션은 바로 투표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우리끼리 불평을 토해내고 더욱 스마트한 솔루션들이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론 실제 정책을 바꾸기엔 부족하다. 우리가 실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있는 내가 원하는 정책들이 실현되게 해줄수 있는 정치인에게 투표로 힘을 보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정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감옥에 가고 경찰에 끌려가고 자신의 생업의 옷을 벗고서라도 사람들에게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사람들을 더욱 깨어나게 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하려는 그들의 희생과 용기의 원동력은 바로 사람들의 투표권이지 않을까. 만약 국민들이 한국 정치를 위해 정말 있는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 희망 없는 그런 막막한 세상에 자기 자신을 무모히 던지려는 사람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정치인이라는 뺏지를 얻게 되면 실제 정치적 결정권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의 투표권인 것이다.

*사진출처:오마이뉴스  


그래서 투표하는 이유를 이렇게 풀어 써내려 가고 싶다. 


나는 투표한다. 나는 언론파업을 하고 있는 많은 진정한 언론인들이 그들의 지식과 재능을 활용해 세상이 더욱 투명해지고 모든 국민에게 진실된 뉴스를 들려줄 있는 세상이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나는 투표한다 재미있는 입담과 좋은 연기를 보여주시던 그분들이 공정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정치보다 그들의 멋진 연기가 담긴 많은 좋은 작품들을 보기 위해 그들의 입담이 담긴 즐거운 프로그램들을 자주 보 기위해. 나는 투표한다. 대학생들이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반값등록금을 위해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닌 도서관과 캠퍼스에서 자신의 학생의 본분인 공부와 캠퍼스의 낭만을 정치에 대한 근심 걱정 없이 누릴 있도록. 나는 투표한다.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시위를 하다 경찰에 해산당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사회의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들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세상에서 잘못된 사람들이 벌을 받는 당연한 세상의 진리를 보고 싶기때문에. 나는 투표한다. 칼바람이 몰아치던 뼛속까지 시린 추운 겨울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고 얼어붙었던 살이 찢어지는 사람들의 사진들을 보고 마음 아파하며 이상 눈물 흘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는 투표한다 한국 정치 상황에 비판적인 외신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대신 언젠가 나의 투표로 더욱 공정하고 상식적인 세상이 온다면 당당히 한국은 성숙 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있도록. 나는 투표한다 소셜 미디어들과 우리의 일상 대화가 정치에 대한 불평과 분노로 가득 채워져 있는 아닌 모두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있고 더욱 즐거운 대화를 통해 각자의 일상을 더욱 즐길수 있도록. 나는 투표한다. 다수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란 쉽지 않은 길을 걷고 계신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게하기 위해서 나는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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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에세이를 모으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당신은 왜 투표하는지에 관해 묻고 그 이유를 나에게 보내달라고 말했다. 대세론과 심판론 그리고 인적 쇄신이라는 정당들의 허울뿐인 변화속에 개개인의 유권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했다.


당신은 왜 투표하는가? 이번 총선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쓰고싶은 만큼의 분량을 적어 필자에게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Parktaeinn@gmail.com


"항상 우리가 불만스러웠던 것은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를 대표하지 못하는, 소수의 엘리트층이 우리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판검사, 변호사, 의사, 고위공무원 등 그분들은 우리들이 접근할 수 없는 세상에 있던 분들이라 우리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By 김규식

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총선이 약 삼주 앞으로 다가왔다. 현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이전의 정권과는 다르게 큰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는 현 세상에서 자본의 논리가 정치, 사회, 환경 등 모든 분야를 지배하기 때문에 자본의 맛을 봤던 대기업 사장 출신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한국의 대통령직은 레알마드리드 감독직처럼 독이 엄청나게 든 성배이기 때문에 엄청난 리스크가 있는 자리라 그런지 현 정부도 국민들에게 이전정부가 그래왔던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난과 실망의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찬스를 야권이 놓칠리 없고, 5년간 누려왔던 주지육림의 꿀맛같던 기회를 야권에게 내줄 수 없는 여권 역시 정권 굳히기 빳떼루 자세에 안 들어갈리 없다. 3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여야 모두 전략 공천이니 뭐니 하면서 ‘인재’님들을 영입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명숙 대표는 전략공천으로 세명의 신선한 여검사를 영입했고 새누리당은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인류최대의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했던 장승수 변호사를 영입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번 공천을 통해 영입된 인사 중 40%정도가 법조계 출신이라 한다. 전략적인 공천의 거진 절반을 법조계인들이 차지하는 걸 보니 역시나 사법고시라는 한국의 전통적인 출세의 지름길이 새삼 더 조악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새롭고 신선한 인물들이 공천된 것은 사실이다. 이전의 구태의연하고 타성에 젖어있던 구 정치인들보다 이들이 신선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면 이러한 신선한 인물들은 선거에 나갈 것이고, 신선한 얼굴을 들고 다니며 유세를 하며 지역언론에선 새로운 얼굴이 달덩이처럼 아주 훤칠하다면서 쌍수를 들고 빵빠레를 울릴 것이다.


그러면 우리, 여기서 ‘우리’라는 말이 중요한데, 우리는 이 새로운 인물들에게 표를 던져줄 것이고 이 새로운 얼굴들은 5년간 그 지역뿐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님으로서 소임을 다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항상 ‘우리’가 불만스러웠던 것은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를 대표하지 못하는, 소수의 엘리트층이 ‘우리’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엘리트 ‘그들’은 판검사, 변호사, 의사, 고위공무원 등 일반적인 ‘우리’들이 접근할 수 없는 세상에 있던 분들이라 ‘우리’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손으로 그들을 뽑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선거에 나온 사람들이 우리를 대변하지 못하므로 투표를 거부하는 것이 정답일까? 그건 아니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우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그들을 뽑을 수 밖에 없도록 그들을 내보낸 정당에 문제가 있다. 통합진보당은 과연 우리 사회의 진보를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새누리당은 도대체 어떠한 새 부대에 우리 사회라는 새 술을 담아야 하는지 기본적인 계획이나 갖고있는지 걱정스럽다. 


비례대표제는 지역색을 없애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정계에 진출하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그렇다면 비례대표제는 정말 기존의 정치환경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정치참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그리하여 대다수의 우리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침실까지 들리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시나 대한민국 정치는 좋은 것을 갖다주면 엉망으로 만드는 데 일인자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는데 이번에 비례대표제로 얼굴을 올린 새로운 얼굴님들을 살펴보면 역시나 고위공무원, 대학교수, 판검사님들 투성이다.


이번엔 그나마 지역색을 희석하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다. 하지만 다양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 눈에 보인다. 비례대표제가 이처럼 또다른 소수의 그들만을 위한 기득권 유지체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의제는 모든 사람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기에 몇몇의 대표를 뽑아 민의를 반영하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대의제는 항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정치적 시도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비례대표제인데 오히려 우리사회의 비례대표제는 대의제의 한계를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는 섹시하지만 건강에는 해로운 하이힐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의 멋지고 아름다운 정당이라는 여인들께서 얼마나 더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이힐을 이렇게 건강에 무리가 갈때까지 신고다니는지 두고보겠다. 하이힐은 계속 신으면 디스크가 온다는데 이미 이런 여인들의 뇌새적인 유혹을 기다리는 우리 사회는 디스크가 아니라 만성 중추질환을 앓고있다.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열심히 민의를 반영하며 뛰어다니는 정당의 모습을 과연 볼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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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에세이를 모으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당신은 왜 투표하는지에 관해 묻고 그 이유를 나에게 보내달라고 말했다. 대세론과 심판론 그리고 인적 쇄신이라는 정당들의 허울뿐인 변화속에 개개인의 유권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했다.


당신은 왜 투표하는가? 이번 총선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쓰고싶은 만큼의 분량을 적어 필자에게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Parktaeinn@gmail.com


"덜 나쁘다고 여기는 쪽을 향해야 하는 지긋지긋한 '차악적 선택'은 이번 투표에도 어김없이 내 심기를 괴롭히겠지만 장차 그리 되었으면 하는 공정한 사회를 그리며 작고 응달지고 신음하는 쪽에 내 신성한 표를 심고자 한다."


By  유용선 (@Homoscripto)

(저술가, 국어교육) 

유용선 씨가 교장 선생님을 맡고 계신 독서학교 사이트 바로가기 http://penguide.kr/



나는 투표의 힘을 믿을 수 없어 투표한다.


'이상향'이란 문자 그대로 너무 이상적이어서 완벽하게 현실로 구현되지 않은 곳을 뜻한다. 민주주의가 실현된 사회는 인간이 꿈꾸는 대표적인 이상향이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고 할 때의 그 국민은 어떤 때에는 보편타당한 슬기로운 감시자이지만 때로는 무언가에 현혹된 탐욕스럽고 우둔한 무리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그 아수라의 얼굴을 한 군중의 주권을 이상으로 삼는 무모한 사상이다.


숱한 사람과 숱한 조직이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나처럼, 혹은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처럼 문학에 발을 걸치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현상은 참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거기 인간의 본성이랄 수 있는 아이러니와 부조리가 생생하게 숨을 쉬고 있으니까.


투표에서 국민투표로, 국민투표에서 우리나라의 국민투표로 이야기의 범위를 좁혀 보자.


대한민국 헌법이 국민투표 개념을 지니게 된 것은 1954년 제2차 헌법개정에서 주권의 제약과 영토의 변경을 가져올 중대사항을 결정하는 방법으로서 도입되면서부터이다. 이후 대한국민은 1962년12월 17일 최초로 국민투표를 치룬다. 알다시피 5.16 군사정변 다음해의 일이다. 그 후로 우리나라는 헌법을 고칠 때나 유지하고자 할 때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친다. 지금은 너무나도 악명 높은 유신헌법도 국민이 투표로써 확정(1972년)하고 유지(1975년)시켰다.


유신헌법은 대통령이 행정 · 입법 · 사법의 3권 모두를 대통령에게 집중시킨 헌법이다. 한국의 대통령이 여타 다른 나라의 대통령(President)과 성격이 크게 달라진 결정적 계기가 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투표가 민주주의의 상극인 독재를 공고히 하는 데 쓰인 것이다. 하긴 꽃의 용도가 감상만 있는 건 아니다. 투표가 적장의 시신에 얹힌 꽃이 된 경우라고나 할까. 암튼 이 후유증은 오늘날까지 계속되어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번에는 국민투표 가운데 인물선출을 위한 투표, 즉 '선거'로 이야기의 범위를 한번 더 좁혀 보자. 
우리가 투표로 선출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직책은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수정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놀랍지 않은가. 편법과 탈법의 대명사 같은 국회의원이 무려 법을 만들고 수정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는 투표로써 법을 만들고 수정하는 일을 간접적으로 하는 셈이다.


직선제가 도입된 뒤로는 대통령도 직접 뽑고, 지방의회 제도가 설립되어 시, 군, 구 단위 지역의 장도 직접 뽑는다. 그런데 희한하다. 선거철에 나오는 후보들은 선거운동 기간에는 머슴인 양 굴지만 일단 선출되고 나면 어김없이 군림하려 한다. 후보만 그러면 다행인데, 뽑아준 작자들 또한 스스로 긴다. 봉건적인 상하 의식이 뿌리 깊어 선거철은 그저 억눌린 심정을 잠시 한풀이하는 기간 같다. 투표를 무기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마치 가시 몇 개로 호랑이도 맞서 싸울 듯이 구는 장미 같아 안쓰럽기 짝이 없다.


나는 투표의 힘을 믿지 않는다. 투표의 주체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혜와 순수를 아직(!) 믿지 않는다. 한미FTA 같은 중요한 사안을 국민합의 없이 이끌고 가서 발효시키는 정부도 믿을 수 없지만, 국민투표로 맡겨졌을 때 TV와 신문의 선동으로부터 자유롭게 스스로 공부하고 판단할 국민이 많으이라고도 믿지 않는다. 선거권이 20세부터라는 불합리도 모순 같아서 영 못마땅하다. 헌법 전문을 읽어보라. 우리나라는 유관순으로 애국을, 4.19로 정의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그 연령대 학생들은 선거권조차 없다. 이념과 생계에 물들지 않은 10대 후반의 깨끗한 눈이 참여하는 투표라면 지금보다는 진일보한 모습을 띨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다. 그들 연령과 늘 함께 생활하기에 더욱 그런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투표의 힘을 믿지 못하여 더욱 열심히 투표에 참여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지금 바람직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입으로는 민주와 자유를 표방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말과 행위와 생각에 있어 봉건성이 가득하다. 게다가 남북한이 처음 분단될 당시와 상황이 크게 바뀐 지금에 와서조차 남과 북은 각각의 구성원을 광신적인 추종과 병적인 콤플렉스로 몰아넣고 있다. 양측의 권력 정점에 있는 이들은 그 광신과 콤플렉스로부터 자양분을 얻고 고목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러한 생태는 바뀌어야 한다.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선정된 울산과학대 김순자 지부장. 출처:울산노동뉴스 


울산노동뉴스 김순자 지부장 인터뷰 바로 가기 ☞http://bit.ly/FTJwMa


생태계에선 돌연변이 소수가 멸종의 위기에 대처한다.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을 때에는 이 돌연변이가 생존에 더 적합해진다고 한다. 내가 하는 투표는 돌연변이의 지향성을 닮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장차 그리 되었으면 하는 이상향이 내 돌연변이 선택의 기준점이자 종점이다. 법률을 제정하거나 수정하려는 투표에서는 조금이라도 자유롭고 활기찬 방향을 지향하고, 인물을 선출하려는 투표에서는 정치적인 힘이 없어 억울한 상황을 겪는 소수자나 약자를 위해 현장에서 현장으로 뛰어다니는 봉사형 인물을 지향한다.


투표 성향이 그렇다 보니 육식동물처럼 비대해진 여당과 제1야당의 권력 주고받기에 보내는 내 시선은 평상시 그다지 곱지 못하다. 생경한 이념을 앞세우느라 정작 생활현장의 땀과 눈물과 피를 닦아주지 못해온 중간 크기의 세력도 별로 곱게 보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는 돌연변이 투표에 기쁨이 되는 일이 있어 흥미롭다. 진보신당에서 청소노동자가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다고 하니, 정당투표라는 제도를 잘 이용하면 소위 운동권이 아닌 실제 노동자 계급 출신 의원을 우리 사회가 획득(?)하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할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이는 4월 총선이, 조금 멀리는 연말의 대선이 내 머릿속을 시끄럽게 하겠지만 짜증내지 않고 조금이라도 맑고 밝은 눈으로 돌연변이의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 덜 나쁘다고 여기는 쪽을 향해야 하는 지긋지긋한 '차악적 선택'은 이번 투표에도 어김없이 내 심기를 괴롭히겠지만 장차 그리 되었으면 하는 공정한 사회를 그리며 작고 응달지고 신음하는 쪽에 내 신성한 표를 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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