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사람을 사랑만 하는 병에 걸린 아이가 있다. 미국에 사는 9살 소녀 이사벨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신뢰만 할 수 있는 희귀병 '윌리엄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 얼핏 보기엔 이 병은 참 낭만적이다. 사랑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린 필요하다면 사람을 경계해야 하기도, 불신해야 하기도, 미워하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윌리엄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이사벨 부모의 삶은 어떨할까? 무턱대고 낯선 사람의 차에 타기도, 낯선 중년 남성의 무릎에 앉기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를 집에 데려가 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 말이다. 미국 공영라디오에서 이사벨 가족의 삶을 쫓아가 보았다. 사람을 사랑만 하는 아이 부모의 삶은 매우 험난해 보였다. 하지만 이사벨의 엄마 제시카는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트위터 외신번역프로젝트팀이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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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이 산다는 것 By NPR

                                  이사벨과 그녀의 엄마 제시카의 모습이다.



막 드라마 수업이 끝나고 나온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제시카는 자신의 아홉 살 난 딸 이사벨이 한 낯선 여성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여성은 깔끔하게 옷을 차려 입고 바쁜 부모를 대신해 손자, 손녀를 데리러 나온 전형적인 중산층 할머니, 즉 전혀 악의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사벨은 여느 때처럼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 몇 분의 대화는 단순히 드라마수업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였지만, 곧 이사벨의 뜬금없는 질문이 시작되었다.
 

“할머니 나를 데리고 가줄래요? 할머니 집에 가도 되죠?” 제시카에게도 이사벨의 간곡한 부탁이 들려왔다.

신뢰의 본능을 가진 아이

이사벨은 윌리엄 증후군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 이는 유전질환으로 많은 증상을 동반하는데, 이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은 대개 몸이 작고 느린 성장 속도를 보인다. 이 병을 가진 사람들은 사람들을 사랑한다. 말 그대로 ‘병적 증상(pathologically)’으로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들은 사회적 두려움(social fear)도 느끼지 못한다. 연구가들에 의하면 이는 뇌 안의 감정을 조종하는 부분인 대뇌 변연계의 문제가 원인일 것이라고 한다. 신뢰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신호를 보내는 옥시토신이라는 화학물질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이사벨과 같이 윌리엄 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은 생물학적으로 타인을 불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NPR은 사생활 및 안전의 이유로 아이의 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윌리엄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진화적 발달 기제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예를 들면 ‘이 사람은 누구지?’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와 같은 불안을 미리 감지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거죠.” 이사벨의 엄마 제시카의 말이다.

제시카에게 있어 이런 천성을 가진 딸을 키운다는 것이 때론 좋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이사벨은 어릴 때 늘 행복했다. 모든 것에 미소를 지었고 가족, 친구 그리고 모르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이를 사랑했다.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다가갔고 그에 대한 답례로 그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낯선 사람조차 제시카를 멈추어 세우고 이사벨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야기해주곤 했다.

당시 제시카와 그녀의 가족은 이사벨의 신뢰와 애정의 본성에 어느 정도 관대했었다. “우리는 이사벨을 자제시키려고 했죠, 하지만 ‘너는 너무 마음이 열려 있다.’며 아이를 혼내 창피를 주는 것은 정말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요.” 제시카의 말이다.

조건 없는 신뢰가 가지는 위험

그러나 이사벨이 커갈수록 그녀의 무조건적 신뢰가 가져다주는 부정적인 측면이 늘어갔다. 제시카는 몇 년 전, 가족이 해변에 놀러 갔을 때의 사건을 이야기 해 주었다. 당시 이사벨은 제시카에게 *<데어리퀸>에 가자고 졸랐고, 제시카는 이사벨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때, 이사벨이 해변 쪽에서 한 여자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좋아, 데어리퀸에 가자!’고 이야기했어요. 그걸 이사벨이 들은 거죠. 이사벨은 그 여성의 밴 뒷좌석에 올라타 안전벨트까지 맨 채로 출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에요.” 제시카의 말이다.


*미국의 패스트푸드체인

제시카는 영문도 없이 사라진 아이를 정신없이 찾아 헤맸다. 그리고 이사벨이 탄 밴 주인인 그 여자가 그녀에게 다가왔고, 출발하려는 찰나에 백미러에 비친 이사벨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제시카의 말에 의하면 그 여자는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제게, ‘이봐요, 난 낯선 사람이에요!’ 라고 말했죠” 그 여자는 제시카가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았으며, 모르는 사람의 차에 함부로 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가르치지 않았다고 화를 낸 것이다. 그 여자는 제시카가 처한 현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때 전 ‘정말 당신이 뭘 안다 구요’ 라고 생각했죠.” 제시카는 말했다.

이런 이사벨의 문제 때문에 제시카는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다. 그녀는 이사벨을 개를 산책시키는 공원에도 데려가지 못할뿐더러 될 수 있으면 상점에도 데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집에 초인종이라도 울리면 그녀는 탁자를 뛰어넘어 이사벨보다 먼저 문을 연다.

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사는 것은 제시카와 그녀의 가족뿐만이 아니다. 이사벨이 다니고 있는 공립학교의 모든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사벨이 그들에게, 그리고 그녀의 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규제사항은 이뿐만이 아니다. 

제시카는 덧붙여 말했다. “이사벨은 학교에서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없도록 되어 있어요. 윌리엄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이 혼자 화장실에 갔다가 성추행을 당한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사벨이 다니는 학교는 특별히 부유한 동네의 학교가 아니라 따로 그녀를 보호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더 심각한 문제죠. 전 차라리 아이가 지나칠 정도로 보호받았으면 좋겠어요. 이사벨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겨 CNN에 나오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요.”

윌리엄 증후군을 앓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

나무가 우거진 교외에 있는 제시카의 집에서 세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며 난 그녀와 한 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쉬기 위해 녹음기를 껐고 그때 내 목을 감싸는 작은 두 팔을 느꼈다. 이사벨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몰래 들어와 나를 포옹해 준 것이다.



*이사벨이 그녀의 개 베스티를 훈련시키고 있다.

뒤를 돌아보니 이사벨이었다. 그리고 온 방 안은 이사벨의 질문들로 가득 찼다. “내가 누구였을까요? 내가 뭐 하고 있었는지 아세요? 내가 좋아했던 TV 프로그램은 뭐게요? 내가 *머핏을 알았을까요, 몰랐을까요?”


*미국 TV쇼의 캐릭터들.

그리고 이사벨은 내 마이크를 가져가더니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고 했다.
“당신은 내 친구죠…… 이 세상에서 당신은 내 친구에요. 당신은 너무 멋지고 아름답고 달콤해요.” 이사벨은 노래했다.

이사벨은 말할 때 약간의 비음을 내며 발음도 부정확하다. 또한 여러 인식장애를 가지고 있다. 비록 이사벨이 일반학교에서 3학년 정규수업을 듣고는 있지만 매우 산만해서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이사벨의 이런 인식장애는 제시카를 더욱 어렵게 하는 점이다. 제시카는 이사벨이 다른 사람들을 불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았고, 이는 그녀의 일생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것은 마치 생물학적 본성을 거스르는 전투와도 같다.

제시카와 그녀의 남편은 이사벨이 낯선 사람들과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도 제작했다. 그들은 이와 관련된 비디오를 빌리고, 교육용 장난감을 샀다. 적절한 행동을 직접 모델이 되어 가르치기도, 스티커 붙이기를 이용한 교육도 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사벨에게 ‘불신’을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물론 종종 이사벨은 가까스로 모르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사랑한다는 말을 참아내지 못한다.

그러나 제시카의 결심은 단호하다. “우리는 매번 새로 가르친다는 마음을 가져요. 그게 바로 우리의 평생 '업'입니다.” 그녀의 말이다.


‘그게 바로 평생의 '업'입니다.’ 제시카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그녀가 영원히 이사벨을 따라다니며 보호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시카가 세상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해도 세상은 그런 무한한 신뢰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곳은 아니다.

최근에도 제시카는 끔찍한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고 했다.
“ 우리는 매우 안전한 곳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지난번 수영장에 갔을 때였어요. 저는 잠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고개를 돌렸고 이사벨이 한 낯선 남자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죠. 그는 매우 불편해 보였습니다. 저는 생각했죠, ‘이건 정말 아니구나’라고.”

조건 없는 사랑, 그리고 엄마의 걱정

다행히 전문가들은 이사벨이 결국 나아질 거라고 했다. 다만 계속해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시점에 이사벨은 불신하는 법을 배우지는 못하더라도 이 세상을 안전하게 탐색하는 일련의 방법들을 터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길을 잃었을 때 낯선 사람의 차에 타는 방법 대신,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사벨을 키우면서 제시카는 그녀의 삶에서 큰 보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바로 조건 없는 사랑과 신뢰를 주는 아이와 함께하는 삶 말이다.

“오늘 이사벨은 나에게 이렇게 물을 거에요. ‘사랑하는 엄마,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이런 이사벨의 말이 저를 미소 짓게 한답니다.”

그녀의 집을 방문한 날의 늦은 오후, 그녀의 가족들은 부엌에 모여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이사벨은 CD를 틀기로 했다. CD에서 음악이 나오자, 이사벨은 자신의 아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나랑 함께 춤추실래요? 사랑하는 아빠!” 아빠는 그의 팔로 이사벨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사벨과 함께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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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및 번역 감수: 박태인 (@TellYouMore), 김민주 (@Spring_llullaby)



트위터 외신 프로젝트팀 드림. 
기사 편집자 및 주 번역자: 박태인 (@TellYouMore)
번역 자문 및 감수 위원단:
황혜빈 (@coketazi) 김민주(@Spring_llullaby) 이기은님 (@lazynomad), 김진영님 (@Go_Jennykim), 이호준님 (@DanielHojoon), 조효석(@promene), 서규화님 (@nicefairy),  진소연(@radiokid713), 이자연@jayeon22), 여동혁(@Tonghyeo)

원 기사 작성 기자: Alix Spiegel
기사 원본 및 사진 출처: http://n.pr/dndJQX
출처: NPR
번역: 트위터 외신 번역프로젝트팀


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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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하쿠나마타타 2011.07.02 12:39

    너무 쇼킹한 정보네요. 첨 알았거든요. 와우~
    좋은 글 번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jun 2011.07.02 18:24

    한국에서 윌리엄스증후군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한국윌리엄스증후군 협회회장입니다. 글내용 너무 감사드려요. 우리요정들의 건강상의 문제와 교육쪽으로만 관심을 기울였지만 정작 사람을 조건없이 사랑하는 특성들이 뇌의 문제라고 생각하니 아이를 못하게 말리는 것도 마음이 아프네요.
    염색체문제로 인해 문제되어지는 성격들이 저에게는 너무나도 사랑스럽기만 하는데 사회적인 인식은 그렇지 못하다는게 슬픈현실이죠. 그래도 전 행복하답니다. 우리아이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 addr | edit/del @TellYouMore 박태인 2011.07.04 02:44 신고

      그러시군요.

      기사를 번역하면서 한국에도 분명이 윌리엄증후군을 겪고 있는 아이와 부모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감사하다니요. 이런 댓글 남겨주심이 더 감사드립니다. 하루하루 행복한 삶 보내시길.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omphalos 2011.11.21 08:15 신고

    이게 정상처럼 보이고, 보통의 사람들이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