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자 한겨레 신문 시민칼럼에 기고한 글 입니다.

[왜냐면] 재완·정한씨가 합법적으로 결혼하는 날이 오길 / 박태인


‘낮은 목소리’ 7월8일치 ‘동성커플의 사랑과 삶’ 을 읽고
박태인 미국 미주리대학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한겨레 낮은 목소리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당당히 공개한 재완, 정환씨 커플. 출처: 한겨레

벨기에 길을 걸어다니다 보면 종종 두 남자가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두 남자는 유모차에 탄 아이의 아빠와 작은 삼촌이 아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아이를 입양한 동성부부이다. 벨기에는 2003년과 2006년 각각 동성커플의 결혼과 그들의 입양권을 합법화했다.

최근 <한겨레>의 ‘낮은 목소리’를 주목해서 읽고 있다. 특히 박재완씨와 신정한씨 두 남자의 사랑을 다룬 지난달 8일치 기사 ‘동성커플의 사랑과 삶’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자신들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동성커플의 용기와, 지면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기사를 통해 묻어나오는 두 사람의 사랑이 내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이성애자 커플과 다를 바 없는 ‘보통 사랑’을 하고 있다는 5년차 커플 재완·정한씨는 법적으로 허락된다면 결혼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아직 한국사회에선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 전무하다. 한국에서 동성커플은 법적으로 결혼할 수도, 아이를 입양할 수도 없다. 징병제 국가임에도 군형법 92조 ‘계간(동성애 행위) 및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은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오바마 정부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공개한 동성애자들의 군 복무를 전면 허용하고, 뉴욕주에서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한 사실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의 성소수자 인권보호 정책은 ‘황무지’와도 같다.

필자는 이번 여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러피언저널리즘센터’에서 인턴 기자로 일하며 유럽연합(EU)의 성소수자 정책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 중 17개국이 동성커플의 ‘결혼’ 혹은 ‘시민결합’으로서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27개 회원국 모두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명문화했다. 또한 지난 6월 유럽연합 의회는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헝가리 신헌법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비슷한 시기 비비안 레딩 유럽연합 부집행위원장은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포함한 유럽연합 인권헌장을 유럽연합 법으로 명문화할 계획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필자는 최근 유럽연합 의회 내 성소수자권리연합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동성애자 의원 마이클 캐시먼을 인터뷰했다. 그는 영국 <비비시>(BBC) 드라마 역사상 첫 게이 키스신을 찍은 배우로도 유명하다. 캐시먼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다름을 옹호하고 전세계에 한국이 얼마나 진보적인 국가인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캐시먼은 “이성애자들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똑같은 법을 준수하며 똑같은 기차를 타고 회사로 출근하는”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는 것은 잘못된 사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고도 말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선 성소수자 권리 보호 문제가 정치·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점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물론 아직 외국 언론들은 종종 성소수자 관련 보도에서 ‘논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논란이 된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낮은 목소리’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당당히 공개하며 이성애자와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랑’을 하고 있다는 재완씨와 정한씨. 그들이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또 만약 원한다면 필자가 벨기에에서 만났던 동성커플처럼 아이를 입양해 그 아이와 한국의 거리를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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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011.08.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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