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죽었대!” 벌컥 방문을 열고나온 난, 담소를 나누고 있던 (나와 가장 친한 사람 중 1명인) 룸메이트 형과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다들 무척 놀라는 모습. 비록 한 친구는, “잡스가 왜 죽었냐?”며 최근 그의 건강 소식에 무심하다는 사실을 알려줬지만, 어쨌든 다들 놀라는 모습이었다.


세상을 바꾼 사람, 지구를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위로 옮겨다 놓은 잡스의 죽음은 나에게 대단한 충격이었다. 다시 방안에 들어와, 이런 저런 뉴스를 살펴보고, 트위터에서 스티븐 잡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을 보며, 슬픔이 점점 격에달해갔다. 하지만 순간, 방 밖에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내 슬픔은 사그라드렀다.


사람마다 한 사건에 대한 슬픔의 크기가 다르며, 슬픈일에 항상 슬픔으로 대처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 방 밖에 있는 사람들에겐 잡스의 죽음이 10초 정도, 놀랄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상대적 박탈감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정말 힘든 감정이었다.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다, 1년전 해직당한 이근행 MBC 전 노조 위원장은 최근 PD 저널에서, “점심시간 사람들이 즐겁게 담소하며 로비에 나오는걸 보면 인생은 나만 심각한 건가, 생각하며 공백을 느낄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내가 얼만큼 노력하고, 고통받고 있는지를 아무도 몰라줄 것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그 상대적 박탈감은, 강철같은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KBS 이병순 사장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온 몸으로 저항하던 KBS 사원행동의 최경영 기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08년 8월, KBS 사원행동의 400여명의 기자와 PD, 그리고 행정 직원들이 이병순 낙하산 인사를 막기위해 KBS 사옥 내에서 이명박 정부가 투입한 경찰 특공대와 극한 몸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더운 여름, 수백명의 사람들이 서로 밀고 밀리는 상황,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최경영 기자와 일부 사원행동팀은, 몸싸움에 밀려 KBS 한 사무실로 밀려들어갔다.


최경영 기자는, 그 순간 사무실이 너무나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에어컨 덕에 사무실 안은 너무 시원했고, 그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또한 밖에서 아무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냥, 자신의 일들에 충실했다고 한다. 바로 문 밖에선, 언론 자유를 위해 수백명의 사원들이 경찰 특공대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사무실 안에선, 모두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자신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로 밀려온 최경영 기자에게 한 여직원이 했던 한마디.


“이제 그만 나가주시죠.”


최경영 기자는, 아직도 이 직원이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같은 일에 관심을 가질수도,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상대적 감정과, 상대적 진실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늘도, 누군가는 우리를 위해 싸우고있다. 스티브 잡스가 우리를 대신해 세상을 바꾸어 주었듯 말이다.

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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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011.10.06 22:55

    비밀댓글입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이홍범 2011.11.02 12:46

    나와 관계는 되었지만 다른 이에게 일어난 일들은 오로지 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나의 생각없는 말 몇마디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무시 할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해요.. 뭐랄까.. 어저면 내가 해야 할(참여해야 할) 일을 다른 이가 나의 몫까지 한다고 할 수 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