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에세이를 모으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당신은 왜 투표하는지에 관해 묻고 그 이유를 나에게 보내달라고 말했다. 대세론과 심판론 그리고 인적 쇄신이라는 정당들의 허울뿐인 변화속에 개개인의 유권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했다.


당신은 왜 투표하는가? 이번 총선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쓰고싶은 만큼의 분량을 적어 필자에게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Parktaeinn@gmail.com


"자연스레’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뜨거운 햇볕이 쬐고,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내리 듯, 투표도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By 윤자주(@jajooyoon)

경희대학교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학과 08학번





사실 ‘나는 왜 투표하는가.’에 대한 질문 자체가 웃기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뜨거운 햇볕이 쬐고,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내리 듯, 투표도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표를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는 것에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전제가 있다. 그런데 MB정부 들어서, 이 대전제가 조금 아니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일’이 ‘자연스러웠던 일’로, 과거형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뿐일까?

필자가 대학에 갓 입학한 2008년 4월 들끓던 촛불보다 이를 뭉갠 국가의 폭력을 잊지 못한다.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광우병의 위험성과 축산 농가의 피해를 지적하며 사회 각계 각층은 우려를 표했고, 결국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총도 칼도 없는 촛불로 무장한 시민들의 국가를 향한 표현이었다. 이러한 표현을 현 정부는 방패과 곤봉을 든 경찰특공대를 앞장세우며 무차별적으로 진압했다. 표현의 자유를 가진 시민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근현대사 교과서의 흑백 증거 사진이 아닌, 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볼 수 있다니. 21세기에 소통보다는 권력의 공포로 국민을 다스리는 정치가 다시 온 것이다.


MB 정부가 출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윤도현, 김제동을 TV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기이한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KBS 전 사장 정연주 배임혐의 기소, 유명 경제 블로거 미네르바 체포 및 구속, 광우병에 대해 다룬 PD수첩 제작진 기소, 전교조 해임 등 많은 사건들이 시민사회에 엄청난 공포감을 조성했다. 점점 국민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기관격인 언론도 권력 공포를 피하진 못했다. 여론을 올바르게 형성할 의무가 있는, 권력에 대한 파수견(Watch Dog)의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은 권력에 온갖 아양을 떠는 애완견이 되고 말았다. KBS 9시 뉴스엔 ‘심층취재 - 공연장 박수 이럴 때 쳐야’라는 리포트가 나왔다고 한다. 언론의 타락과 더불어 그 수준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역사를 두려워하는 MBC, KBS, YTN 방송 3사의 파업이 환영 받고, ‘뉴스타파’, ‘이슈 털어주는 남자’, ‘제대로 뉴스데스크’, ‘리셋 KBS뉴스 9’ 등 대안 언론의 파장이 커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필자는 현 정부를 실패한 정부라고 본다. 어느 정부나 완벽한 정부는 없고 공약을 그대로 실천한 정부도 없다는 것을 안다.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정부를 실패했다고 판단한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것의 근본인 성품 즉 도덕성을 철저히 무시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 큰 시장’, ‘경제살리기’를 모토로 열심히 홍보했고, 다수의 국민들은 기업가 출신인 그의 경제 능력에 기대었다. 능력중심사회를 열창하던 그의 업적으로는 고소영중심의 투명한 인사시스템, 세금을 죽이고 환경을 죽이는 4대강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예산안 날치기 통과, 디지털 시대 새 정치 장을 연 선관위 디도스 공격, 아랍에미리트에서의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 수주 성공과 함께 받은 자이드 환경상 상금 50억을 개인 통장에 빼돌린 살뜰한 생활력, 한미 FTA 협상 아닌 협상 등을 들 수 있겠다.



*뉴스타파 8회. 민간인 사찰, 임태희와 이동걸.


그리고 이 모든 업적을 단숨에 능가할만한 민간인 사찰 사건, 또 이러한 민간인 사찰을 전 정부에 뒤집어 씌우려는 시도. 투명한 공직사회를 위한 감찰 보고와 정부 현안 보고를 사찰이라고 국민을 교란시키는 현 정부에 대해 더 이상 분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다.

필자는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그리고 그 생명인 공정한 선거를 얻기 위해 목숨 바친 희생에 충실하고 싶다. 그리고 모든 것의 근본인 성품이 갖춰진 사람에게 표를 던지고 싶다. 성품을 근거로 한 사람을 통해 더 많고 다양한 ‘우리’가 두려움에 떨지 않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근본적인, 상식이 통하는, 자연스러운 우리 사회를 만드는 힘은 투표에 있다.


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0 :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