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에세이를 모으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당신은 왜 투표하는지에 관해 묻고 그 이유를 나에게 보내달라고 말했다. 대세론과 심판론 그리고 인적 쇄신이라는 정당들의 허울뿐인 변화속에 개개인의 유권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했다.


당신은 왜 투표하는가? 이번 총선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쓰고싶은 만큼의 분량을 적어 필자에게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Parktaeinn@gmail.com


4.11 총선전 마지막 에세이.


우리 모두가 투표하는 서로 다른 이유

by 박태인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것도 유권자. 그를 심판하는 것도 유권자의 몫이다.



투표하다 몸살이 났다. 학교에서 자동차로 7시간 정도 떨어진 시카고 재외국인 투표 일정이 만만치 않았다. 숙소비와 기름값으로 돈도 제법 썼고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밀린 학교 일도 산더미였지만 막상 투표소에 들어서 기표 용지를 받으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느 후보와 정당을 찍을지 결심한 상태였지만 기표소에서 다시 한번 오랜 고민을 했고 4년에 딱 한 번 뿐인 기회에 신중히 내가 가진 한 표를 행사했다.


재외국인 투표를 하는 약 10분의 시간 동안 세월이 참 쏜살같다는 생각을 했다. 유학을 오기 전 집 앞 3분 거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총선에 참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느덧 19대 총선, 다시 한번 투표를 하는 난 졸업을 앞두고 있고 4년의 유학 생활 동안 나 자신을 비롯해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의 조국은 끝도 모를 후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졌고 부자인 사람들은 더욱 부자가 되었다. 미래를 저당 잡힌 친구들은 고시에 매달렸지만 대부분 떨어졌고 곧 군대에 입대할 우리는 아무것을 가지지도 붙잡지도 못한 체 곧 서른 살이 돼 있을 것이다. 난 이렇게 엄습해오는 불안감과 압박감에 대처하는 최선의 행위가 투표라고 생각한다. 난 투표를 통해 내가 어떤 가치관을 지닌 시민이며 어떤 세상을 꿈꾸며 공부하는 학생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그렇다면 나에게만 투표가 이렇게 특별한가? 그렇지 않다. 2월 말부터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한국 과 외국에 거주하는 각계각층의 유권자를 찾아 ‘내가 투표하는 이유’에 관한 에세이를 부탁했다. 정치인들의 불필요한 소음과 격렬한 갈등 속에 들리지 않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공명시키고 싶었다. 지금까지 총 18분이 귀한 시간을 쪼개 나에게 자신들만의 이유를 보내왔고 이 지면을 통해 그분들의 목소리를 공유하고자 한다.

“부정부패의 상징인 아프리카 정치인보다 한국 정치인이 더 부끄럽다.”는 튀니지 거주자 육숙희 씨는 매번 생각 없이 1번만을 찍어왔던 시절을 뒤로하고 새로운 희망을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 정책을 공부하는 박소령씨는 “공정한 규칙에 기반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국가를 위해 투표한다고 말했고 성북동에서 티티카카 까페를 운영하는 게이 김기민 씨와 평택의 사는 레즈비언 김경희 씨는 성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정당을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대학교에서 등록금을 대출받아 다니는 김민성 씨는 저소득층 등록금 대출 금리를 완화해 줄 정치인에게, 대학원에서 여성 인권을 공부한 고혜리 씨는 “여성의 권리를 올바로 파악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한다고 말했고 교회 개혁 운동을 이끄는 샘솟는 교회 신형진 목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편파적인 공동체”를 위해,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부르는 장한솔 씨는 자유로운 문화를 허용하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투표한다고도 말했다.

투표권이 없는 미국인도 에세이를 보내왔다. 서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벤저민 씨는 자신에게 만약 투표권이 있다면 “문법과 암기 중심의 한국 영어 교육을 새로 디자인하는 정치인(물론 단 하루만이 아닌)”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자신만의 우주에서 산다. 그리고 그 우주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그러니 각자가 투표하는 이유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매번 총선 때마다 근거가 불분명한 인적 쇄신론과 색깔론에 묻혀 이런 개별 유권자들이 바라는 정책과 이슈들이 묻혀왔고 이번 총선도 예외는 아닌 듯 보인다.

이럴 때 일수록 유권자는 스스로에게 묻고 자신의 목소리를 드높여야 한다. 그리고 투표해야 한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삐 흐르는 시간 속에서 4년에 한 번뿐인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묻는다. 당신은 왜 투표하는가? 


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