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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09 미국 대선, 동성결혼에서 다시 낙태로




폭스뉴스가 주최한 공화당 예비 대선후보 TV 토론회. 2천4백만 명의 시청자가 몰릴 만큼 대단한 관심을 끌었고, 그 중심엔 도널드 트럼프가 있습니다. 미국 언론은 물론 국내 언론까지도 트럼프 효과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건, 그의 발언들이 직설적이며 자극적이라 뉴스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트럼프보다 더욱 기억에 남는 건, 동성결혼과 낙태에 관한 공화당 예비 대선후보들의 태도였습니다. 



2008년과 2012년 미국 대선과 비교해, 동성결혼을 대하는 공화당 후보와 유권자의 유연함은 확연히 늘어났고, 낙태에 관해선 더욱 보수적인 견해을 취했습니다.



공화당이 동성결혼을 껴안으며 부동층 유권자(산토끼)를 끌어들이고, 낙태를 강경히 반대하며 보수 기독교 유권자(집토끼)를 잡으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여기, 제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장면입니다.



 

폭스뉴스 토론 사회자 메건 켈리가 오하이오주(州) 주지사 존 케이식에게 묻습니다. “만약, 아들과 딸이 동성애자라면,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당신의 입장을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


 

직설적인 질문입니다. 폭스뉴스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방송사이며 후보들에게 “어떻게 하면 힐러리를 이길 수 있겠는가?”에 관한 방법을 노골적으로 묻지만, 토론 중 쉬운 질문은 마지막 소감을 물을 때 빼곤 없었습니다.


 

케이식 주지사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저는 전통적인 결혼을 지지하지만, 이미 대법원의 판결은 내려졌고 따를 것입니다. 사실, 최근 한 친구의 동성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하여,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제 딸이 동성애자라도 전 딸을 사랑하고 아낄 것입니다. 우리 미국인은 그렇게 배워왔습니다"


 

이런 '진보적'인 답변보다 더 놀라운 건, 토론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케이식의 답변을 듣고 박수를 쳤단 사실입니다. 2012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막판까지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 선언을 미뤘습니다.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州) 주지사는 동성결혼을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4년 전, 토론장에서 케이식주시사가 이런 발언을 했다면 청중에게 야유를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케이식은 환호를 받았고 유력한 부통령 카드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는 동성결혼에 관해 급격히 변화된 미국 여론을 반영한다고 보입니다.



출처:퓨 리서치



2015년 현재, 과반수가 넘는 미국 시민(55%)이 동성결혼을 찬성하며 반대는 39%에 불과합니다. 오바마가 망설였던 2012년 당시 48%의 국민이 동성결혼을 지지했고 43%가 반대했으니 3년 만에 10% 정도 오른 것입니다. 종교를 기준으로 분류할 때, 무신론자 10명 중 8명이, 남부 근본주의 기독교인을 제외한 백인 기독교인 10명 중 6명이, 천주교인 중 57%가 동성결혼을 찬성합니다.


공화당이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고선 대선 승리가 어렵습니다.



이번엔, 토론 중 낙태 이슈에 관한 장면입니다.


 

40대 초반에 나이에 초선 연방 상원의원으로 대선에 도전장을 낸 마르코 루비오. 2007년 오바마를 떠올리게 하는 그는 공화당의 미래라 불리는 유력 대권 주자입니다. 일부 미국 정치 평론가들은 루비오(대통령)-케이식(부통령) 카드로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번에도 사회자 메건 켈리가 묻습니다.


 

“당신은 강간(rape)과 근친상간(incest)을 당한 여성의 낙태는 지지합니다. 아이의 잘못 없이 수정이 폭력적으로 이뤄졌다고 하여 낙태를 허용하는 건 정당합니까?”



루비오의 답변입니다. “전 낙태의 예외적인 허용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절대로 없습니다” 



‘강간과 근친상간을 당한 여성의 낙태도 안 된다‘는 뉘앙스의 발언이었고 루비오는 청중들에게 환호를 받았습니다. 루비오의 강점은 신선함과 유연함으로 꼽히지만, 낙태에 대해 극단적인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강간/근친상간 시에도 낙태를 반대하는 미국인은 20% 초반에 불과) 



사실 루비오의 발언엔 약간의 거짓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는 강간을 당한 여성의 낙태를 지지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단지 공개 석상에서 '낙태 지지 발언'을 안 했을 뿐입니다. 이런 루비오의 어중간한 입장은 공화당 예비 대선후보들이 처한 딜레마를 드러냅니다.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적인 당원들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특히 투표 참여율과 조직력이 뛰어난 남부 개신교인의 지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사회적 이슈에 관해 보수적 입장을 보여야 합니다. 



동성결혼을 거부하기엔, 대선에서 부담이 크니 낙태 이슈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해 집토끼를 끌어모으는 모양새입니다. 동성결혼의 반동으로 공화당 후보들의 낙태에 관한 입장이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토론을 벌인 10명의 후보 중 루비오의 발언에 반대하거나 '자신은 낙태 이슈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가졌다고 밝힌 후보는 없었습니다. 



동성결혼과 비교할 때 미국 유권자들이 낙태에 가진 입장은 상당 기간 일정합니다. 퓨 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 시민 중 51%가 모든 종류에 낙태에 찬성하며 42%가 반대하는데 오랫동안 이 수치를 유지해 왔습니다. 찬반과 관계없이 낙태를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는 미국인은 49%로 찬반이 팽팽히 맞섭니다. 갤럽 조사에서도 낙태 찬성이 50%, 낙태 반대가 44%로 퓨 리서치 조사와 큰 차이가 없으며 1998년 조사 결과와 2015년 결과의 수치가 거의 비슷합니다.





특히 퓨리서치에 따르면 골수 공화당 지지자인 기독교 근본주의자 중 75%가 낙태를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로 생각합니다. 이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때까진 공화당 후보들의 낙태 반대 입장이 더욱 강경해질 것임을 뜻합니다. 공화당원들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을 린 없으니, 당내 대선후보로 뽑힌 후에 보다 유연한 태도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엔 최근 공개된 미국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 임원들의 대화를 몰래 촬영한 동영상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족계획협회는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여성단체(낙태 옹호 및 지원)인데, 영상에서 협회의 임원들이 의학 연구용으로 유산된 태아의 조직을 제공하는 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영상이 공개된 후, 공화당과 기독교 단체들은 가족계획협회가 ‘태아의 조직을 불법거래’하고 있다며 국정조사를 원하고 있고, 가족계획협회와 힐러리를 비롯한 민주당 측에선 해당 단체가 ‘태아의 조직을 불법으로 거래한 사실이 없다“며 공화당이 여성의 건강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동성결혼 이슈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보수적 기독교도들이 낙태 이슈로 새로운 활력을 찾아 세력을 결집하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에게 양면의 칼입니다. 낙태를 ‘여성의 건강 선택권’으로 보는 힐러리는 공화당 후보들의 낙태 반대 입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이들을 여성 권리에 반하는 극단주의자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반면, 이런 전략은 힐러리가 여성의 입장만을 지지하는 ‘여성 후보’로 보여 후보의 확장력을 약화할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분명한 건, 앞으로 이어질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동성결혼은 주요 이슈가 아니란 점입니다. 이는 두 정당에새로운 숙제를 안겨줍니다. 



민주당은 동성결혼을 넘어서, 젊은 유권자를 비롯한 집토끼 지지 세력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새로운 이슈를 찾아야 하고, 공화당은 낙태를 통해 집토끼 유권자를 보듬으면서도, 극단적 입장을 피해 실제 대선에서 중도층 유권자와의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트럼프보다 더욱 중요한 미국 대선의 새로운 변화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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