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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0 한 트위터러의 죽음이 남긴 '소셜 추모식'
[15일 오전 사망한 트위터러 배리 리씨의 프로필 사진]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에 트위터가 울었다.

 
팔로잉과 팔로워 RT와 멘션으로 연결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은 잠시나마 '슬픔'과 '황당함'이라는 정서를 공감하며 재미교포 고 배리 리(@Barry_Lee, 본명 이진행) 씨의 죽음을 추모했다.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된 소셜네트워크시대의 한 트위터러의 죽음은, 이제 우리가 '기술적'인 연결을 넘어 '정서적'으로도 묶여 있음을 확인해줬다. 

 
말 그대로 '공감의 시대', 필자는 고 배리 리씨의 죽음이 남긴 한국 사회의 첫 '소셜 추모식'을 들여다봤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세 가지 현상이 눈에 띄였다.

 
첫째로, 배리 리 씨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다. 그의 가족은 15일 아침(미국시각) "배리 리 씨가 오늘 아침 맹장염 수술하러 수술실에 들어가셨다가 과다출혈로 오전에 사망하셨습니다"는 트윗을 남겼다. 
 


[배리 리씨가 남긴 마지막 트윗, 그의 사망 후 가족이 남긴 첫 트윗]


배리 리 씨가 남긴 약 15만 개의 트윗 중 그가 쓰지 않은 첫 트윗. 물론 아무도 믿지 않았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매우 사적인 정보가 트위터라는 광장에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딸이 다시 그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남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우리 아버지(배리 리)가 수술 도중 문제가 생겨 사망하셨습니다", "전 배리 리 씨의 딸입니다. 여러분들은 이게 장난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희 가족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저희 아버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배리 리씨 딸이 영어로 그의 아버지 사망 소식을 생중계하는 모습]



이후 그의 딸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과 그 이유를 배리 리가 보유한 2만 8천 팔로워에게 공유한다. 한 사람의 '죽음'이 그를 한번도 보지 못한 수만명의 사람들에게 중계된 것이다. 


이런 소식에 많은 트위터러들이 배리 리의 죽음에 애도와 기도를 했다. 이후 며칠이 지나 배리 리씨의 자녀가 17일 (미국시각) "우리 아버지 위해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트윗을 남긴다.


SNS 시대에 '사적'인 정보의 경계선이 불분명해진 대표적 사례이다. 


둘째론 그의 죽음에 애도한 트윗의 반응이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대선 후보 모두 트위터를 통해 배리 리의 죽음에 애도했다. 유력 대선후보가 한 일반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은 SNS 시대의 새로운 현상이다. 
 




[배리 리씨를 추모하는 대선 후보들의 트윗]



다수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자신의 블로그로 한국 정치의 다양한 문제를 다뤘던 그는 이미 '공인'이었다. SNS시대엔 누구나 공인 그리고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홍보회사 미디컴이 소셜 소셜여론 분석서비스 펄스K를 통해 10월 12일~18일까지 배리 리 씨의 이름이나 그의 트위터 아이디가 언급된 트윗 버즈량을 살펴봤다.
 
 그 결과 18일까지 총 446건의 트윗이 작성됐고 그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된 16일부터 버즈량이 급격히 상승 하루 최다 281건의 트윗이 작성됐다.


그 중 RT가 가장 많이된 트윗 30건을 살펴보면,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funronga), 정동영 전 의원(@coreacdy), 방송인 김미화 씨(@kimmiwha), 프로레슬러 김남훈 씨(@namhoon)등이 눈에 띈다.



[펄스K로 알아본 배리 리씨 관련 상위 트윗 30]



LA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인한 그의 죽음에, 이렇게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 역시 SNS 시대가 가진 연결의 자유성을 보여준다. 가치가 통하고 서로의 생각에 공감한다면 우린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죽음 후 SNS 사용자들의 도움과 실천이다.


배리 리씨의 가족들에게 그의 죽음은 의료사고를 의심하게할만큼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그가 사망하고 하루가 지나, 가족들은 그의 트위터에 "미국에 계신 친구분들 중에 의료사고 소송 혹은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계신 분은 저희에게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고 도움을 요청한다.

 

[배리 리씨 가족이 도움을 요청한 트윗]





이 트윗은 현재까지 748번 리트윗됐고 이후 트위터러의 자발적인 도움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의사, 간호사, LA 주변에 사는 지인들까지, 17일 강남성모병원에선 미국에 살던 그의 추모식도 열렸다.





[트위터를 통해 고 배리 리 가족을 돕는 트위터러들의 모습]


소셜네트워크가 없던 세상의 배리 리 씨의 죽음의 여파는 그의 가족들과 지인에게서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SNS 시대에 그의 죽음이 트위터라는 거대한 광장에 공유되자 한국의 유력 대선 후보들도 그를 추모하고 평생 그를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도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배리 리 국내 추모식장. @7l_o님이 공유해주신 사진]

 
세상이 변했다. 우린 모두 연결됐고 감정과 정서를 공유한다. 물론 수백, 수천만명이 쉴새 없이 떠드는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배리 리의 죽음은 뒤로 밀려날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의 트윗을 가끔이나마 리트윗해주던 그가 없는 트위터는 허전하다.
 


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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