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 후루사토(ふるさと) 세금이 있다. 후루사토는 한국말로 고향(故鄕)이니 고향세란 뜻이다. 단어에 세금이 붙지만, 정확히는 세금감면 제도다. 자신의 고향 혹은 자신이 원하는 시골 마을에 특정 액수를 기부하면 소득세와 주민세를 기부 액수와 가깝게 감면해준다. 기부를 받은 지방 소도시는 기부자에게 지역 특산물을 답례로 제공한다. 조금만 에돌면이 일본의 독특한 세금감면 제도에서 그리스와 유로존 위기의 본질을 읽을 수 있다. 



후루사토 세금(이하 후루사토)은 아베 총리가 2007년 1차 내각 시, 지방과 도시의 격차를 줄이는 방안으로 제안했고, 이듬해 시행돼 2012년에만 10만 6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이유로, 세금 혜택도 크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고향 경제를 되살린다는 보람이 꼽힌다. 최근엔 기부자에게 소고기와 고급 해산물 등을 제공하는 지방 소도시간의 경쟁이 과열돼 일본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자체적인 절제'를 요구할 만큼, 후루사토 열풍이 대단하다. 



기부자에게 제공하는 지방 소도시의 특산물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성공한 정책 사례로 꼽은 이 후루사코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바로 애국심. 일본인이 일본인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사는 도시에 쓰여야 할 세금이, 나의 고향 혹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방 소도시에 쓰여도 전혀 아깝지 않은 것이다. 또한, 지방 경제가 살아나면 결국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라, 그 혜택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믿음도 있다. 한 국가, 한 국민이란 의식은 후루사토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기본 뼈대다. 우리가 내는 세금 대부분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쓰인다. 



하지만 유럽엔 그런 의식이 없다. 독일인은 독일인이고, 그리스인은 그리스인이다.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독일 사업가가 그리스 아테네 연금 생활자를 위해 후루사토를 할 이유는 없다. 청년 실업률이 20~40%에 달하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와 그리스보다 못 사는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시민들은 사실 도울 여유도 없다.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세금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말레이시아를 돕자는 후보가 있다면, 참으로 황당할 것이다. 한국인이 말레이시아를 타국으로 생각하는 것과 유럽인이 그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리스를 제외한 유럽연합 국가들의 지도자는 자국민에게 유럽연합을 지키려 그리스를 위한 후루사쿠를 설득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이를 뉴욕타임스는 "네덜란드가 동부 코네티컷 주가 되어 남부 앨라배마 주(그리스)를 돕는 것"이라 지적했다. 문제는 지금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시민들에게, 유럽연합이란 거대한 대의는 공허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2011년 유로존 위기가 본격화될 당시, 브뤼셀 비영리 언론단체에서 일하며 유럽연합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만난 많은 사람들 중 중 자신을 "유럽 시민(European Citizen)"이라고 소개한 사람은 없었다. 함께 근무하던 스코틀랜드인은 자신이 영국이 아닌 스코틀랜드 출신이라 강조할 만큼 유럽인들의 국가별 정체성은 단단하다. 1993년 유럽연합이 출범하고 2002년 유로화가 도입됐을 땐 제러미 리프킨의 낙관적 저작 '유러피언 드림'의 주장처럼 미국의 세기는 가고 유럽의 시대가 올 것 같았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유럽 시민들을 배제한 채, 독일을 끌어안고 미국을 겨냥한 유럽 엘리트 정치인만의 작품이었다. 



물론 현재로선, 그리스 치프라스 정권의 치킨 게임이 일단락되고, 트로이카와의 구제 금융 협상이 시작돼 그렉시트의 고비는 일견 넘긴 듯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리스를 위한 유럽연합의 '후루사토'가 지속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후루사토가 지키려는 유럽의 통합은 실업에 허덕이는 유럽 청년들과 5년간의 긴축 재정으로 GDP가 25%나 감소한 그리스 시민이 감내할만한 것인가. 



트로이카라 불리는 채권단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그리스에 2,330억 유로를 지원했고 이번 달 협상이 체결되면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각자의 애국심으로 거리로 나선 각국의 유럽인들은 외친다. 우리는 서로의 후루사토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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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뉴욕대 경영학과 토마스 콜리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유럽의 위기를 "부채의 위기, 은행의 위기 그리고 정치의 위기"의 삼중 위기로 묘사했다. 23일 브리쉘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 회담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제안한 유럽 채권 발행안을 꺼려한 독일 메르켈 총리의 모습은, 삼중 위기 중 정치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폴 쿠르그먼 교수가, 현재 유럽 경제 위기에 대한 명쾌한 진단과 해결책을 내놓았다. 해답은 나왔다. 유럽 정치인들의 실행 의지가 관건이다.


외신번역프로젝트가 돌아왔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원기사: http://nyti.ms/J4fB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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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유럽.
뉴욕타임스 미국판 5월 7일 자 오피니언면 기사.

By Paul Krugman
번역 by 진소연(@Dal_Fishing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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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들끓고 있다.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바로 그 시간이 왔다.

지난 일요일 프랑스와 그리스에서 모두 선거가 열렸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현재의 유럽 경제 정책에 대한 심판이었고 두 나라의 투표자 모두 이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투표 결과가 실제 정책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진 별로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긴축 정책을 통한 경제 회복 전략은 약발이 떨어져 가고 있다. -이는 좋은 일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주장들은 선거를 앞둔 일반 정치인들에게서 들을 수 있던 말은 아니다. 사실 통설적인 경제학을 신봉하던 이들이 주의 깊고 온화한 프랑수아 올랑드를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하는 것을 보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올랑드를 "위험한 인물"이기 보단 "진심으로 보다 공정한 사회의 필요성을 믿는 사람"이라고 선언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주장은 정말 볼성사납다!

프랑수아 올랑드의 승리가 뜻하는 진실은 "메르코지"의 종말이다. 지난 2년 동안 유럽 연합의 긴축 재정을 강화했던 프랑스와 독일 연합의 종식 말이다. 만약 그런 전략이 효과가 있었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변화"였을 것이고 실제로 효과가 있을 합리적인 가능성 또한 의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정책의 효과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앞으로 나가야 할 시점이다. 유럽의 투표자들은 유럽 대륙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보다 더 현명한 이들임이 밝혀졌다.

유럽의 아픈 구석을 치료하는 데 쓰일 돈을 줄인다는 방안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우선 이 정책에 대한 신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 정부의 지출을 줄여서 소비자와 사업가들의 지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은 지난 2년 간의 경험을 통해 완벽한 거짓으로 판명 났다.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줄이는 것은 침체를 더 깊게 만든다.

더구나, 그 고통에 대한 보상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일랜드를 봤을 때 아일랜드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훌륭한 군인처럼 채권 시장의 은혜를 다시 되돌려 받기 위해 더 심한 긴축 정책을 시행해왔다. 지배적인 통설에 따르면 이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사실, 유럽 정책을 펼치는 엘리트들은 이를 믿고 싶어해서 아일랜드의 긴축이 정말 효과가 있고 경제가 회복 중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는 절대 알 수 없지만, 아일랜드는 독일은 고사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보다 더 많은 대충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하나의 해결책은-유럽의 정책 집행자들이 인정하려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말이 되는 해결책은 유로를 깨트리는 것이다. 그리스가 자신의 화폐인 드라크마를, 스페인이 페세타를 또 아일랜드가 펀트를 계속해 사지고 있었다면 유럽이 현재와 같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있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와 스페인은 자신들이 부족한 점들– 이들은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수출을 증진시키길 원한다.-을 채우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다.

아이슬랜드의 경우는 아일랜드의 슬픈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아이슬랜드는 재정 위기로 인해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이에 자신들의 화페인 크로나의 가치를 낮추며 대응했고-또한 은행들이 파산을 선언하고 그들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용기있는 정책을 시행했다.-확실하게 아이슬랜드는 아일랜드가 누렸어야 할 하지만 누리지 못하는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그러나 유로를 깨뜨리는 일은 매우 파괴적이며 보다 큰 통합으로 평화와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려 오랜 시간 노력했던 ‘유럽의 프로젝트'에 커다란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독일인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그들 자신의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지도자들과 유로 위기에 대해 이야기 해 보면 그들은 경제가 지난 십 년간 초기에 침체를 겼었지만 회복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 경제 회복이 무역 이익 덕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이런 이익은 지금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다른 유럽국가와의 무역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 나라들은 낮은 금리로 급격한 성장을 했다가 지나친 물가 인상을 경험하고 있다. 침체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만약 자신들이 비교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처해 있다면 독일의 성공을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경우대로 흘렀더라면, 독일은 제법 큰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독일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현재 독일이 겪어 온 성장은 남유럽에서 벌어지는 일방적인 긴축에 대한 결과가 아니다.  이것은 다른 곳에서의 더 많은 경제 신장 정책에 관한 것이다. 특히 유럽 중앙 은행은 물가 상승 제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독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중앙 은행의 간부들도 이런 주장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고통을 통해 얻어지는 번영을 계속 바랄 것이고 자신들이 주장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유일하게 책임감 태도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대통령은 더 이상 이들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올랑드의 당선은 유로와 유럽의 프로젝트가 며칠 전보다 살아 남을 더 좋은 기회를 가진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번역 감수:  박태인 (@TellYouMore)



트위터 외신 프로젝트팀 드림. 
기사 편집자 및 주 번역자: 박태인 (@TellYouMore)

번역자문 및 감수 위원단: 김진영(@Go_JennyKim), 김민주(@Spring_llullaby), 이기은(@lazynomad), 이호준(@DanielHojoon), 조효석(@promene), 서규화(@nicefairy_), 진소연(@Dal_Fishing713), 이자연(@jayeon22), 여동혁(@Tonghyeo), 김가현 (@HelloKaHyun) 박현태(@underbaron) 



원 기사 작성 기자: Paul Krugman
기사 원본 및 사진 출처: 
http://nyti.ms/J4fBsT
출처: NYTIMES.COM
번역: 트위터 외신 번역프로젝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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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유럽연합이 위기에 처했다. 유럽의 17개국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로화와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그리스 떄문이다. 그리스가 도산하면,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고 경제가 어려운 남유럽의 국가들까지도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유로화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이다. 같은 통화를 사용한 경제는 흥해도 같이 흥하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

29일 그리스 의회는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한 '긴축 재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긴축 재정안은 공무원의 대량해고와 공항과 항만을 포함한 국유자산 매각, 세율의 인상과 은퇴 나이를 61세에서 65세로 늦추는 법령 등이 포함되었다. 이미 높은 실업률과 침체된 경기로 고통받고 있는 그리스 시민에게 이 긴축재정안은 재앙과도 같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그리스 시민은 수도 아테네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었다. 시위는 점점 더 격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왜 그리스 정부는 이 긴축재정안 통과에 서둘렀을까? 유럽연합과 IMF(국제 통화기구)가 이 재정안의 통과의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빚을 갚기 위해 또다시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리고 있는 꼴이다.

그리스와 유로의 위기에 대해 독일 정론지 스피겔이 심층 기사를 썼다. 그리고 트위터 외신번역프로젝트팀이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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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를 위협하는 유로화(EURO)

                 그리스 시민들이 정부의 긴축 재정안에 반대하며 격렬하게 시위 중이다. 출처:AP

유로화가 점점 더 심각하게 EU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유럽 경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유로화는 간단히 말해 지속 불가능한 상태다. 이미 유럽 내에서 두 건의 구제금융안이 통과된 바 있으며, 이는 다음 세대들에게 재정적 부담이 지워짐과 동시에 EU가 수십 년 전으로 퇴보할 위기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14개월간,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각국 정상은 빡빡한 회담 일정 속에서 두 건의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안이한 판단이었음이 드러났으며, 유럽의 미래에 커다란 위험을 드리웠다.

오랜 기간 유럽 정치인들은 현 상태에 대한 주요결론을 미루어왔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문제를 미루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이전 방식의 유로화는 더 이상 기존 의도했던 형태로서 존속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럽통화동맹(EMU) 역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계획, 즉 플랜 B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책임당사자인 정치인들은 그저 대중을 회유하고 문제를 회피하는 데만 힘쓰는 등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현 유로화 문제가 국가부채를 진 일부 국가의 위기일 뿐 유로화 사용국 전체의 위기는 아니라 주장하며, 그 증거로 유로화가 다른 통화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통화가치를 유지 중임을 들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가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리스 부채 위기는 단지 국지적인 것으로 그칠 문제였다. 즉 그리스 혼자서는 큰 위기를 겪을지언정 EU회원국 전체에게는 별일 아닐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리스가 유로화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스 부채위기는 유로화를 사용국 모두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만일 다른 유럽국가들이 그리스를 포기한다면, 이번 위기는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 다른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에 대한 유럽연합의 지원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생각할 것이고, 결국 막다른 지점에서 해당 국채를 매도할 것이다. 이에 따라 국채가격은 폭락할 테고, 그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은 상승하게 된다. 해당 국가들은 새 자본 확보를 위해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하게 될 테고, 이는 재정위기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자본 확보가 힘들어졌을 때, 이들 국가는 결국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다.

현 위기가 지속된다면, 유럽통화동맹은 이체동맹(Transfer Union)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유로 투자자들이 그 동안 막으려 애써온 일이기도 하다.

          유럽의 부채 상황. 색깔이 빨간색일 수록 위험한 국가에 속한다. 출처: SPIEGEL

민주주의적 절차 부재

유로화를 만들 당시, 당사자들 중 이런 위기가 찾아오리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때문에 유럽통화동맹 체제 안에서 마련된 대비책 역시 전무하다. 좋건 나쁘건, 유로화는 강대국과 약소국을 한 덩어리로 묶어놓았다. 유로 위기에 비상구가 없는 이유다.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 따르도록 정해진 규칙조차 없다. 오로지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몇몇 유로 가입국의 문제가 유럽연합 전체의 위기로 번진 이유이며, 또한 유로화 위기가 유럽 정치공동체 미래와 결속을 위협하는 규모로 확산된 이유기도 하다.

유럽국가들이 금융기금을 만들면서 적법한 민주적 절차를 소홀히 했던 점이, 현재의 공동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유럽 이사회와 EU 집행위원회의 결정, 즉 EU회원국 정상들로 이루어진 구성체와 EU 행정부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유럽의회가 시민들의 적절한 참여 및 간섭을 허용해야 하는지의 민감한 논의는 이미 잊힌 지 오래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현 상황처럼 사태가 심각해질 때마다, 민주적 기구들보다도 소수 지도자의 비밀 회의만을 통해 주요안건이 결정될 것이다.

독일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의 비밀회담, 혹은 몇몇 중앙은행장 간의 회동을 통해 EU정책들이 만들어졌으며, 이는 마치 승인도장만 찍으라는 식으로 각 나라 국회에 제출되었다. 대부분 국가의 국회의원들이 이 정책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겉 번드르르한 유럽 공동체에 의해 만들어진 이 정책들은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EU회원국 중 경제적 약소국 시민들이 그로 인해 입는 피해는 단지 실제 삶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연금, 직장, 재산 역시 피해를 입을까 공포에 떨 수 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다. 유럽 정상들의 이번 합의 내용은 회원국 중 선두그룹에 속하는 독일 같은 나라의 국민들에게도 근심거리다. 이들은 이번 결정이 국가부채를 가중시키고 나라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유럽의 각국 시민이 그들 정부에 분노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의 의견이 이번 정책 결정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각국 지도자는 그 어떤 정책계획도 없이, 단지 신뢰성 없는 사실관계와 시장의 요구만을 바탕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점 역시 시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유로화 부채 위기는 이미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정치판을 휩쓸었고, 스페인과 그리스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독일 역시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다가올 구제금융안 비준 표결에서 메르켈 총리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긴축정책을 향한 반발

자본투입이 필요한 국가와 이를 빌려주는 국가 모두를 둘러싸고, 이번 위기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그리스는 독일의 상황에, 독일은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아일랜드·이탈리아의 상황에 좌절 중이다. 유럽의 평화정착을 위해 시작된 정치적 프로젝트인 EU는, 이렇듯 국가들 사이에 거대한 경제적 분쟁만을 초래한 채 끝장날 위기에 처했다.

채무국의 시민은 이어지는 긴축정책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반면 채권국의 시민은 또다시 수십억 유로를 이들 채무국에 지급해줘야 한다는 사실에 점점 더 극렬히 반발 중이다. 성난 시민들이 마드리드와 아테네의 거리를 메우는 동안 핀란드 헬싱키 국회에서는 극우정당 ‘진정한 핀란드인True Finns’ 당이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현재 독일국민의 60%가 대 그리스 구제금융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으며, 그리스 야당과 무역단체들 또한 구제금융안의 조건으로 내걸린 그리스 국내 긴축재정안에 대해 반발 중이다.

지난 15일, 수천 명의 그리스 시민들이 국회의원들의 의사당 진입을 막는 시위를 벌였다. 새로운 긴축재정안 논의를 막기 위해서였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의 차는 오렌지 범벅이 되었고, 심지어 일부 시민은 돌팔매질을 하기도 했다.시민을 대표해 선출된 이들을 시민으로부터 보호하려고 최루가스를 터뜨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EU로부터 이다음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파판드레우리 총리는 650억 유로 규모의 긴축재정안을 올해 말까지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에 반대하는 그리스 시민들은 의사당을 둘러싼 채 ‘도둑놈 사기꾼들아, 우리 돈은 다 어떻게 한 거냐’라 외쳐대며 시위 중이다.


채무국인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의 국민이 도대체 언제까지 이 가혹한 긴축재정을 견뎌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또 언제까지 채권국 국민들이 그들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고 유로화를 사수해내려 애쓰는 모습을 지켜봐 줄지 또한 의문이다.

유럽의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이 된 유로화

핀란드는 유럽 국가들의 성공적 모델로 꼽히곤 한다. 그러나 최근 대중영합주의적 극우정당 ‘진정한 핀란드인’이 4월 총선에서 국회의석 중 20%를 차지하며 선전한 일은 EU정부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EU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이 지지를 얻음에 따라, 심지어 EU 핵심국인 프랑스와 독일 내에서까지도 반 EU 세력이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유로화는 유럽국가들의 영원한 결속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도리어 유럽의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이 되었다. 유럽통화동맹의 몰락은 유럽을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나 유럽의 경제적 지위가 고속성장 중인 아시아 국가들에 위협받고 있기에, 이는 더더욱 회생불능한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 정치인들은 아무리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로화를 살리려 하는 것이며, 또 한 번의 구제금융안을 승인한 일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에서다. 이들은 시장이 안정되고 개혁안이 효과를 나타낼 때까지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에 동참했다. 6월 넷째 주 주요 정기간행물 등에 실린 광고에서, 티센크루프 회장 게르하르트 크롬과 지멘스 최고경영자 페터 뢰셔, 다임러 최고경영자 디터 제체 등 독일 대기업 대표자들은 유럽통화동맹 지지를 밝힘과 동시에 ‘유로화는 필수’라 주장했다. 이들은 EU의 약소 회원국들에게 재정적 지원이 제공되어야 하며, 동일통화 유지가 ‘유럽에 분명 득이 되는 일’이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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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및 번역 감수: 박태인 (@TellYouMore), 조효석 (@Promene)



트위터 외신 프로젝트팀 드림. 
기사 편집자 및 주 번역자: 박태인 (@TellYouMore)
번역 자문 및 감수 위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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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기사 작성 기자: SPIEGEL STAFF
기사 원본 및 사진 출처: http://bit.ly/iB2xlG
출처: SPIEGEL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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