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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12 "골라갈 수 없다, 언론인의 운명이다" (1)

오늘도 석유가 나지 않는 예맨엔 폭탄이 떨어진다. 눈을 들어 북쪽을 바라보면 스스로를 ‘이슬람 국가(IS)’라 참칭한 거대한 테러 조직이 실패한 국가들의 전면에서 전쟁을 벌인다. 방향을 잃은 청년들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위해 국경을 넘어 그곳으로 뛰어든다. 이들 중 일부는 바다 건너, 지중해의 휴양지에서 자신의 몸에 달린 폭탄을 터트린다. 




2015년 중동의 일상.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도 손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진 그 일상. 한국은 예외라 생각했지만, 올해 초 시리아 국경을 넘은 김 군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최근 김 군의 행방을 찾으러 시리아 국경 취재를 다녀온 김영미 PD를 만났다. IS 점령지까지 접근했던 김 PD는, 도주로가 막힌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고, 시리아 국경을 넘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았다. 김 군도 그런 방식으로 IS에 합류했을 것이라 전했다. 



취재 현장에서 김영미PD. (김영미 PD 제공)



박태인(이하 박):김 군의 부모님이 IS를 알았다면, 김 군을 말릴 수 있었을까?



김영미PD(이하 김):그렇지 않았을까. 이번 IS 방송에서도 시청자에게 IS 깃발을 계속 보여줬다. 부모가 아이들의 컴퓨터에서 IS의 깃발을 본다면 위험 신호라 자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방송을 내보내며 IS가 인터넷을 통해 청소년에게 접촉하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유럽에선 학교의 한 아이가 IS에 합류하면, 그 아이가 모집책이 되어 다른 학생 3명을 끌고 간다. 김 군에겐 참 불행한 일이고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실 것 같아 이런 내용을 빼고 싶었다. 하지만 언론인이니까, 난 다른 아이들이 IS에 갈 수 없게 하는 걸 선택했다. 




:테러가 일상화된 시대, 국제 뉴스를 접하는 건 생존의 문제일까?



:맞물려 있다고 본다. 국민들 중에 시리아와 터키가 국경을 맞댄 사실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터키를 가면 유럽 여행을 가는 것으로 생각하시니까.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집트에서 폭탄 테러가 나는데도 성지 순례를 간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사실을 언론에서도, 여행사에서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자. 우리 국민 중 사우디의 메르스가 우리나라에서 창궐할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을 거다. 하지만 작년 중동은 메르스 때문에 난리가 아니었다. 중동에 가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국민들이 무식한 게 아니다. 언론이 그만큼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김영미PD에겐 늘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유일한’ 한국인 국제분쟁전문PD. 15년 전 동티모르 내전 취재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남수단, 시리아, 에티오피아, 요르단 등 세계가 싸우는 곳을 다녔다. 목숨이 위험해 자사 기자를 보내지 않은 언론사에 김PD는 유일한 한국인 취재원이자 비정규직 특파원이었다.





:아직도 국제분쟁 현장에서 한국 언론인은 김 PD님만 보인다. 외롭지 않은가?



:외롭지 않았다. 현장엔 전 세계 다른 외신기자들이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선 밤마다 호텔에서 기자들과 함께 취재 이야기를 나누며 저널리즘에 대해 고민하곤 했다.

 


:분쟁 지역은 위험하지 않은가? 여성 PD라면 더더욱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사실 확인을 할 수 있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언론인인가 아닌가이다. 물론, 위험하고 힘들고, 돈 들고 빛도 안 나니, 나도 사람인지라 안 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이런 노력이라면 한국에서 뭐라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위험하고 힘들어도 가야 하는 게 이 직업의 운명이다. 아니면 때려 처야 한다. 만약 편안한 곳으로만 골라 간다면 굳이 언론인이란 직업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목숨이 위험했던 적은 없는가?



:IS 취재를 하며 시리아 국경, IS 근거지 바로 근처까지 갔었다. 깊숙한 곳에 있는 마을이라 도주로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위험 신호를 보낼 수 있는 GPS를 갖고 있었지만 여차하면 인질이 될 수 있었다. 나 말고도 스태프 4명이 있었다. 일부러 차 2대로 나눠 가면서 뒤차에 내가 잡힌다면 구하려 하지 말고 도망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들도 가족이 있으니까. 다행히 잘 끝났지만, 취재를 마친 후 다리가 풀렸다. 내가 언제까지 이런 마음고생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나도 인간인지라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정말 힘들어서 못 하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도 가야 한다.




김PD는 <신문과 방송> 7월호에 기고한 IS 취재기에서 "아이를 찾는 엄마의 마음으로 시리아 국경에 갔다"고 전했다. 엄마라면 아이가 사라진 그 국경을 보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래서 도주로가 없는 위험한 장소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 목적에 충실했기에 김 PD는 IS에서 한국 대원에 관한 정보를 주겠다며 접근했을 때도 거절했다. 특종의 유혹이 있었지만, 한국인 대원이 언론에 알려진다면 인질로 이용돼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었다. 김 PD는 "한 아이는 놓쳤지만 다른 아이들을 IS의 유혹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방송의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김PD가 제작한 SBS 스페셜 'IS 이슬람 전사, 그리고 소년들'의 한 장면. 

IS에 합류하려 시리아 국경에 서 있는 청년들



:IS에 참수당한 제임스 폴리 기자가 지인이라 알고 있다.

 


:프리랜서 기자들끼리는 서로 잘 알고 지낸다. 제임스의 죽음을 듣고 겁이 났다. 하지만 이 직업의 운명이다. 어쩔 수 없다. 무섭고 힘들며 가고 싶지 않더라도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만둬야지. 어디가 되었건 가야 한다. 



:훌륭한 언론인이 되려면 취재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가?



:기자는 훌륭한 일을 하는 직업이 아니다. 주어진 일, 주어진 사명만 하면 된다. 더 훌륭할 필 필요도 없고, 난 훌륭해지고 싶지도 않다. 그냥 기본이라도 하고 가길 바란다.



:그런 기본이나 사명을 가진 언론인이 주변에 많지 않은 것 같다. 



:난 항상 물어본다. 회사원이 되고 싶은지, 언론인이 되고 싶은지. 언론인이 회사를 너무 많이 사랑하면 회사원이 된다. 언론인과 회사원이란 투잡을 할 순 없지 않나.




그녀는 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이 겪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옆 차와 나란히 운전하기 어렵다고 했다. 분쟁의 현장에서 이는 암살을 뜻하기 때문이다. 취재의 상흔이 김 PD의 삶을 괴롭히지만, 그녀는 현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인이라면 골라갈 수 없다고 말한다. 아직, 한국에선 전쟁 PTSD를 겪는 언론인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는 없다. 

 



:한국에도 다양한 갈등과 분쟁이 있는데, 왜 국제 분쟁을 취재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의사들이 돈 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만 한다면 국민들이 총체적 의료 위기를 맞는다. 누군가는 감염내과, 예방의학과로 가야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뉴스를 하는 사람은 많다. 만약 국제 뉴스를 취재하는 언론인이 많았다면 난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언론의 국제 뉴스는 외신 받아쓰기가 주를 이룬다. 한국 언론인의 시각에서 보도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강대국의 시선만을 받아들인다면 왜 우리나라 언론이 필요하겠나? 국제 분쟁 뿐만 아니라 청와대 소식도 다 외신을 받아쓰면 되는 것 아닐까? 강대국의 시선만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니다. 분쟁의 현장에서 우리 시각으로 기록한 내용이 없다면 후대가 역사를 왜곡해 기억할 것이다. 한국인의 생각은 한국 기자가 가장 잘 알 수 있다. 우리의 시각으로 기록할 필요가 있었기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더욱 열심히 취재했다.   



:독자의 관심이 적기 때문에, 한국 언론이 외면하는 것 아닐까?



:언론사 입장에선 위험한 현장에 자사 언론인을 보내는 것은 부담스럽고 돈도 많이 든다. AP를 통해 뉴스가 쏟아지니, 그런 필요도 못 느낀다. 그래서 국제 뉴스는 점점 더 외면받는다. 언론사는 국민들의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정보가 없으니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이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취재하신 다큐멘터리와 기사의 반응이 뜨겁다. 국제 뉴스에 대한 한국 사람들이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 아닐까?



:관심이 증가한 게 아니라, 목말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도 알고 싶은 거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국제 뉴스에 대해 깜깜한 밤 속을 걸어간단 느낌을 받고 있다. 남수단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취재는 정말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게, 한 남성분이 기사를 읽고 남수단에서 사업 계획을 접었다며 “불을 밝혀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뉴스를 굉장히 필요로 한다. 대단한 수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특출난 게 아니라, 없으니 내 거라도 쓰는 거라고 본다. 그런 책임감 때문에 현장에 가서 최대한 많은 취재를 하려고 한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



:왜 한국인이 국제 뉴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우리는 혼자 못 산다. 대한민국은 혼자 못 산다. 전 세계가 거미줄처럼 얽혀서 살고 있고 앞으로 더더욱 그럴 것이다. 곧 지구가 한나절 생활권에 들어갈 텐데 그때 가서, 전 세계의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국제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로선 더 이상 살 수 없다. 그만큼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다.  



:취재 중 가장 보람찼던 순간과, 가장 후회스러웠던 순간은?



:동원호 취재를 통해 여론이 상기되고 선원들이 한국으로 돌아오셨을 때 가장 보람찼다. 후회하는 건, 글쎄. 취재할 때 마다 조금 더 하고 싶지만 시간과 제작비가 부족해 그만둬야 했을 때, 그때마다 조금 후회가 남는다.


 



김영미 PD가 아들을 생각하며 쓴 '세계는 왜 싸우는가', 1쇄 1판은 아들에게 선물로 전했다고 말했다. 

김 PD가 취재한 세계의 다양한 분쟁과 갈등의 원인이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언제까지 취재하실 계획인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취재할 수 있을 때까지. 위험한 상황에선 내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아이들에게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최근 아이들을 위해 <평화학교>란 책을 냈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게 국제 뉴스를 알려주고 싶다. ‘플란다스의 개’를 읽은 아이들에게, 그 배경인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역사를 알려주면 좋아한다. ‘안네의 일기’를 읽는 아이들에게 독일과 나치의 역사를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 아이들과 함께 평화학교를 만들어 세계의 다양한 분쟁 소식을 알리고 싶다. 




김영미 PD의 최근 저작 '평화 학교'는 아이들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겠단 

그녀의 뜻이 충실히 담겨 있다. 

김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화에 대한 교육은 어릴 때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전쟁과 싸움으로 분쟁을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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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감기군만쉐 2015.07.22 12:39

    한국 언론의 외국 소식을 보면 외신에 의존해서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번역해서 퍼다 나르기만 하다보니 김정은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는 잘못된 기사를 아무렇지 않게 번역해 올리는 사건도 발생하고... 그곳의 분위기는 전달되지 않는 무미건조하거나 그리스 상황전달 같은 극단적인 기사에만 치중되는 감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느껴지네요. 그나마 김영미 pd님 같은 분이 있으시다는 게 다행으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