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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30 진짜 북한이 여기에 있다 (5)

한 소식이 궁금하면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의 블로그를 찾는다. 김일성 대학을 졸업한 탈북자 출신이라 다른 국내외 기자보다 북한 내부 소식에 정통하다. 같은 대학 출신의 북한 고위 관계자들과 연락망도 유지하는지 그가 쓴 북한 기사는 새롭고 구체적이며 설득력이 있다. 몇 년 전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북한 관련 내용이 다뤄졌을 때, 많은 외신 기자가 주성하 기자의 명함을 얻기 위해 줄을 섰던 모습에서 북한 뉴스에서 그가 가진 위상을 새삼 느꼈던 적도 있다.



그런 주성하 기자가 국내 북한 최고의 전문가로 꼽은 사람이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다. 러시아 사람이 국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라니? 바로 란코프 교수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았다. 레닌그라드 대학 동양학부를 졸업한 러시아인. 대학 시절 김일성 대학 교환학생 경험. 세계적 북한학자. 2013년 '전략적 인내' 정책의 효용성을 두고 고심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초청한 북한 전문가 다섯 명 중 한 명인 사람. 그의 저서 '리얼 노스코리아'를 읽는 것은 그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보다"


'리얼 노스코리아' 원본은 영어로 쓰였고 한국어판은 NK News 한국지부 김수빈 기자가 번역했다. 한국어판 표지엔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보다"란 부제가 추가됐다. 원본엔 "실패한 스탈린주의 유토피아 국가의 삶과 정치"라 쓰여있다. 원본의 부제가 저자의 의견을 더 반영한 듯하다. 란코프 교수는 책 초중반 북한이란 국가의 형성 과정에서 소련과의 관계를 매우 비중 있게 다룬다. 한국어판 부제는 한국 사회의 좌파와 우파가 바라보는 북한의 모습이 왜곡됐다고 주장한 필자의 한국어판 서문과 함께 추가됐다. 



란코프 교수도 이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강경론이 아닌 '풍요한 남한'의 모습을 북한 주민에게 알려 북한 정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내부적 압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성 공단을 비롯해 북한과의 경제적 교류의 지속적인 확대를 요구하는 측면에서 주성하 기자는 그를 "넓은 뜻의 햇볕론자"라 말했다. 금발 머리에 하얀 피부색을 가진 학자가 북한을 연구한다고 그의 주장이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이라 볼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과 북한의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


하지만 그의 주장이 논리적이며 설득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의 주장은 국내외 언론의 것처럼 피상적이거나 선정적이며 과도한 추측에 의존하거나, 일부 탈북자 주민의 주장에만 근거해 있지도 않다. 그의 주장엔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나, 국내 정치인과 언론의 애국심도, 눈치 볼 여론과 독자도 없다. 다만 북한 주민에 대한 연민 만이 있는 것 같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주장 중 주목할 만한 몇몇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1.북한 핵 보유론 

"북한은 틀림없이 핵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계속되는 내부 불안의 위험과 마주하고 있는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고자 할 것이다. 핵무장을 한 권위주의 정부는 반란이 일어나도 외부세계가 반군을 지원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경제협력을 위해 핵개발을 포기한 카다피의 안타까운 운명은 북한의 의사결정론자들에게 또 다른 교훈이 되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북한 정권의 핵무기 개발 목적을 잊도록 한다고 말했다. 북한 정부가 핵을 보유하려는 목적은 핵무기 그 자체가 아닌 '핵'이 가진 외교적 레버리지 때문이다. 지리적, 거시적 지표로 볼 때 북한은 아프리카의 가나와 가장 비슷하다. 인구와 1인당 GDP도 유사하다. 하지만 북한의 국제적 영향력은 가나와 비교할 수 없다. 란코프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북한 외교관들이 외국 관계자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사담 후세인이 정말로 핵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여전히 그는 자신의 궁전에 있었을 것이다"   



2.북한의 벼랑 끝 전술

“평양의 벼랑 끝 전술은 때때로 위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껏 북한의 지도자들은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선을 넘지 않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전면전이 발생할 정도로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을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무력 시위를 능란하게(그리고 매우 이성적으로) 전략의 일환으로 구사했으며, 많은 경우 성공적으로 주변국을 조종해왔다...북한은 비이성적인 국가가 아니다.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증거이다. (북한 엘리트야말로) 극단적일 만큼 이성적이며 어쩌면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마키아벨리스트일 것이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 외교의 전형적 플롯을 위기 조장→긴장 확대→현상 유지의 대가로 보상 요구'로 규정하며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고도로 계산된 매우 영리한 외교 수단이라 평가하고 있다. 2011년 유럽피언 널리즘센터 인턴 기자로 활동하며 브뤼쉘 유럽연합(EU) 의회에서 열린 북한 인권 세미나를 참석했었다. 당시 증언을 했던 군 출신 탈북자를 취재했는데 그는 북한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대남 선전에 참여하거나, 외교 일선에서 뛰지만 한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의사나 변호사를 하니 남한이 매번 북한에 당한다며 한탄 아닌 한탄을 했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 광신도들에 의해 운영되는 비이성적인 국가란 클리셰"는 진실이 아니라 주장한다. 2007년 2·13 합의를 이끌어낸 6자 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한 이종적 전 통일부 장관의 견해와(칼날위의 평화 中),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또 한 번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란 란코프 교수 주장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3.북한의 중국식 개혁 가능성

“보통의 북한 주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평양의 지도부가 중국을 모방하지 않으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북한 지도부가 고집스레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그들이 주체사상의 지침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이념적 광신도들이기 때문이 아니며(주체사상 자체도 실질적인 정책의 안내자가 되기에는 너무 모호하다), 외부세계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들은 비이성적이거나 이념적이지 않다. 북한 지도부는 한반도 분단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감안할 때 그러한 개혁은 불안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베 엘리트의 입장에서 정치적으로(그리고 어쩌면 물리적으로도) 자살하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알기 때문에 개혁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코프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개방을 하기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풍요한 남한'이 북한 주민에게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세계를 접한 북한 주민들이 북한의 억압적인 정권을 용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현 체제를 유지할 경우에도 2020년대쯤에는 북한에서 '아랍 혁명'과 유사한 시민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역시 북한 도쿄신문 고미 요지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경제적 개혁개방이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의 독특한 입장을 고려해보면 경제적 개혁개방이 현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있다"며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은 비현설직이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란코프 교수는 북한 정권의 지속성엔 매우 비관적이다. 그는 북한 정권의 개혁·개방과 상관없이 북한 정권이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라 계속해 주장한다. 



4.남북한 통일 후 북한 지도부의 단죄 여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김씨 가문 독재의 수하들을 단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의 수는 너무 많고 그들의 죄악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 오늘날에는 철저한 수사가 거의 불가능하다. 슬픈 일이지만 정권의 수하와 부역자들을 거부한다는 것은 유용한 경험을 갖추고 필요한 교육을 받은 거의 대부분을 거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단죄란 단지 불가능한 것일 뿐만 아니라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과거의 과오에 대한 명명백백한 대사면 약속이 전면적인 내전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불분명한 표현은 배제하고 나중에도 철회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란코프 교수는 남북한 통일을 위해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엘리트의 신변 보장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엘리트를 단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통일 후 그들 없이 북한을 관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해법 중 일부로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를 들었다. 



5.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유일한 장기적 해법은 정권의 변화를 일으킬 내부의 압력을 키우는 것이며, 이를 위한 주요한 방법은 북한 사람들이 외부 세계를 더 많이 알게 하는 것이다. 만일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엄격하고 궁핍한 삶 말고도 매력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대안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필연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이다”



식상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 북한 전문가라면 무엇인가 놀랍고도 명쾌한 해법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 색다르지 않았다. 그는 북한을 변화시킬 유일한 방법은 북한 주민에게 외부 세계를 알려, 북한 정권의 내부적 압력을 키우자는 것이라 말한다. 북한 주민의 마음에 더 잘 살고 싶다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심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란코프 교수는 남북한 경제협력, 북한 엘리트 층에 대한 학술 지원, 미디어 활용 전략 등을 내세운다. 그는 러시아인 학자 답게 소련의 몰락을 예로 든다. "공산주의 최후의 시대에 소련인들의 상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미국 슈퍼마켓 매대의 광경이었지 미국의 선거 개표 광경이 아니었다고 확언할 수 있다”



   



그의 책에선 "좋은 싫든"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동아시아 정치에서 북한이 의미하는 바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싫든 북한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고 좋든 싫든 북한의 핵무기를 부정할 수 없다. 좋든 싫든 북한의 주변 국가에겐 김정은 정권의 붕괴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현실적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물론 이중 가장 절실한 국가는 한국일 것이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붕괴가 멀지 않았다는 경고를 책의 여러 부분에서 하고 있다. 그리고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서울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과 중국의 통제를 받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성 정권의 등장. 후자의 시나리오는 남북한이 영구적으로 갈라선다는 것을 뜻한다. 분단을 막고 '통일 대박'을 위한 한국 정부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얼마만큼 대비하고 있을까? 기회가 된다면 '현실의 눈'을 가진 러시아인 북한 학자에게 묻고 싶다. "플리즈 텔미 리얼 사우스코리아 디스 타임"




Posted by @TellYouMore 박태인 트랙백 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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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더러운 과거사 2015.04.23 23:38

    저는 개인적으로 주성하기자님의 블로그를 보면 과장된 글이 많지않아서 좋은데 문제는 네티즌들의 과장된 북한이야기글로 인해 주성하기자님이 피해를 보시는걸 느끼게 되더군요?

    • addr | edit/del 탈북자 2015.05.02 02:54

      뭐가 더러운 과거사라는거지요?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더럽다는건지??? 배고프면 탈출하지도 말고 그냥 굶어죽어야 하는지 ?

  2. addr | edit/del | reply 탈북자 2015.05.02 02:53

    주성하 기껏해서 김일성종합대학 다녔다는 것 외에 별로 크게 아는 것도 없어요. 진짜 북한은 북한 고위층이었던 강명도씨한테 물어보는게 정답입니다.
    주성하씨 아는 것 만큼은 저도 압니다. 저도 김대 못지지 않은 좋은 대학 다녔거던요...
    어떻게 한 사람의 증언이 다른 3만명 탈북자들의 증언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네요. 주성하씨보다 더 고위층에 있어서 비밀을 더 많이 알았던 사람도 많았고, 주성하씨 보다 북한에서 더 오래 살아서 북한에 대해서 더 잘아는 사람도 많을 텐데....

  3. addr | edit/del | reply 더러운 과거사 2015.06.03 10:36

    강명도라는 사람 김일성의 친척이고 칠골강씨이며 강성산 전 북한총리의 사위였다고하나 실제로는 북한내에서도 악명높은 사기꾼이었다고합니다~!!!! 자기가 북한에 있을때 만수대재정경리부실장이라고 해대던데 그거 위조일수 있습니다~!!!! 그가 대한민국에 올수있었던게 바로 중국에서 밀수행위를 저지르다가 북한정부에게 미운털박히자 결국에는 여기 대한민국으로 도망쳐 살수밖에 없다는것이 제의견인것 같습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더러운 과거사 2015.06.20 22:23

    그럼에도 강명도는 이제만나러갑니다에 출연해서 때돈을 벌어왔고 심지어는 경민대 북한학과 교수라는 간판을 달며 온갖 거짓말을 해대는등 선량한 탈북자사회에서도 악명높은 탈북자로 알려져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