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에세이를 모으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당신은 왜 투표하는지에 관해 묻고 그 이유를 나에게 보내달라고 말했다. 대세론과 심판론 그리고 인적 쇄신이라는 정당들의 허울뿐인 변화속에 개개인의 유권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했다.


당신은 왜 투표하는가? 이번 총선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쓰고싶은 만큼의 분량을 적어 필자에게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Parktaeinn@gmail.com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적어도 세상을 바꾸자고 하는 정당에 투표를 하는 것이 제일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진보신당의 당원이고, 진보신당에 투표한다.."


By @dogsori1

두 아이의 아빠. 안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저임금)출판편집업자.

독소리님 블로그 ☞ http://zizilei.blogspot.com/


*진보신당은 비례대표 1번으로 김순자 울산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을 지정했다. 그녀의 첫번쨰 공약은 청소 노동자를 위한 휴게소 설치 의무화이다.

나는 39세, 두 아이의 아빠고 직장인이다. 직장 중에서는 급여나 회사 규모, 안정성 뭘로 봐도 아마 별로 안좋은 축에 속할 거다. (어쩌면 남들도 나처럼 못사는 것으로 보아 보통 수준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보신당 당원이다.


‘나는 왜 투표하는가?’출근길에 트윗을 보고, 자리에 앉아 오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질문은 무슨 의미지?”였다. 설마 ‘왜 투표를’하느냐에 대한 질문인가? 그렇다면 의회주의가 어쩌고 저쩌고 .. 에 대해 정당 운동의 필요성을 말하라는 건가? 하지만 지금은 그걸 별로 문제삼는 분도 없고 이 질문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 건 진보신당의 역사 때문일 텐데 그 역사에서 비롯된 또 다른 질문이 연이어 일어난다.


‘진보신당 당원은 왜 진보신당에 투표를 하느냐?’ 통상적으로 어떤 당 당원이 그 당을 찍는 건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신당에서는 필요했었다. 진보를 위해 다른 당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과 진보신당 당원은 진보신당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던 때가 있었다. 참 희한한 논란이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그런 토론을 벌일 사람이 별로 없다. 불행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각자 자신이 찍을 수 있는 당으로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진보신당에 남았지만, 다른 길을 택하신 분들도 인간적으로는 존중한다.) 하여간 진보신당원은 아주 정상적인 질문을 보고도 복잡한 기억을 되새겨야 하는 약간은 불쌍한(ㅜㅜ) 존재임을 새삼 깨달았다.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출연편.


나는 왜 진보신당에 투표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아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첫머리에서 밝혔듯이, 내 삶의 조건은 아직은 나쁘지 않지만 썩 좋은 편도 아니다. 아직은 먹고 살만하지만 앞을 생각하면 답이 없다. 애들은 또 어떻게 키워야할지.. 아이들이 좀더 커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면 내가 돈을 많이 벌어 기득권을 향유하거나, 세상이 바뀌는 수밖에 없다.


사업 감각이 부족한 나로서는 노동자 생활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데, 노동자가 돈을 많이 벌기란 로또 맞는 것보다 힘들지 않을까? (애를 낳기 전에는 그래도 저축을 좀 했는데 ...)


그러니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은 로또를 맞거나 vs 세상이 바뀌거나 둘 중 하나인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세상이 바뀌는 쪽이다. (로또에게 표를 줄 일이 없으니 어느 쪽이든 세상이 바뀌는 걸 바라야 한다.) 따라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적어도 세상을 바꾸자고 하는 정당에 투표를 하는 것이 제일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진보신당의 당원이고, 진보신당에 투표한다.


지극히 문제적인 현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다른 현실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보신당은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고, 세상에 영향을 줄 힘을 가진 정당은 다른 당이라고... 맞는 말이다. 문제는 그 당들이 세상을 바꿀 힘은 있을지 몰라도 세상을 바꿀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영향을 줄만큼 큰 정당들이 FTA를 추진할 의지를 가졌다는 사실은 정말 현실적이기는 하나, 이건 나와 대다수 국민이 곤궁한 삶에 처하게 되는 원인이지 해결책이 아니다.


다시 반론이 온다. 좋은 FTA와 나쁜 FTA의 차이, 고뇌에 찬 쌍용차 매각 명령과 철면피같은 쌍용차 구조 조정의 차이, 동북아 균형자로서 발언권을 의식한 자주적 파병 명령과 굴종적 한미동맹을 위한 파병 찬성의 차이 같은 것, 또 국가와 민족을 위한? 대추리 폭력 진압과 안보장사를 위한 구럼비 폭력 진압의 차이 ...... 물론 전문가적 식견에서 살펴보면 차이가 있기는 할 것이다. 완전히 똑같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사장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구조조정을 하건 시시덕거리며 구조조정을 하건 내 목이 날아가는 건 매 한가지. 내가 그 차이를 심각히 고려해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역사적 경험은 ‘조금은 낫다는 그들이 아무리 나를 위해 고뇌하고 배려하는 척 하더라도, 결정의 순간이 오면 그 나쁘다는 놈들과 같은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방증이 아닐지.


다시 왜 진보신당에 투표하는가?


기러기가 그리는 V자는 그 무리의 기러기들이 모두 마음속으로 V자를 그리며 그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날기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기러기들은 단순히 시야를 확보하고 공기 저항을 줄이며, 서로 비행에 방해가 안될 만큼 거리를 둔다는 단순한 규칙을 따라 날 뿐이라고 한다.


내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하는 데 무슨 거창한 식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치 개혁을 하기 위해 내가 친이·친박계의 갈등, 친노의 고뇌에 찬 타협이나 합리적 보수의 상대적 우위라거나 이들의 역학 관계나, 심지어 어떤 정치인 개개인의 속사정 .... 등등 이런 걸 고려할 필요가 있을까.


대신 사람은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아주 간단한 규칙,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에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따라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 “우리 삶을 바꾸자.” 이걸 해주는 당에 투표한다. 그게 진보신당이다.


ps'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김순자 님이 결정되었다. 김순자 님은 아마 고도의 정치력 같은 건 없으시리라 생각한다. 다수당의 역학 관계 속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며 정치 지형을 어쩌고 ... 이런 걸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4년 동안 국민의 세금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정책 대안이 개발되고, 그것이 국회에서 단말마나마 외쳐지겠지. 이것만으로도 진보신당을 찍을 이유는 충분하다.


ps'' 도박도 안하고 사치도 안하는 맞벌이 부부가 애 둘을 키우는 데 그리 많은 절망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원하는 것, 총장 한 명의 방이 20평인데 수십 명의 청소 노동자가 화장실 구석 말고 쉴 수 있는 방 한 칸 달라는 것, 라면 한 개가 3500원인데 대학 졸업해서 88만원 보다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 겨우 200km 거리에 있는 원전이 수시로 고장나는 데 대한 확실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 ..


이게 너무나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43년 전에 어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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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에세이를 모으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당신은 왜 투표하는지에 관해 묻고 그 이유를 나에게 보내달라고 말했다. 대세론과 심판론 그리고 인적 쇄신이라는 정당들의 허울뿐인 변화속에 개개인의 유권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했다.


당신은 왜 투표하는가? 이번 총선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쓰고싶은 만큼의 분량을 적어 필자에게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Parktaeinn@gmail.com


"나는 성소수자 인권 확립에 기여하는 정치세력에 투표할 것이다" 
 


By 김기민(@teateacaca)

여행 노동자, 인터뷰이. 성북동 티티카카 까페 운영자. 성소수자.


*김기민씨는 성북동에서 티티카카 까페를 운영 중이며, 네이버 파워 문화 블로거로도 활동 중이다. 2011년 성소수자 인권 영화제 스태프를 맡기도 했다.출처:김기민씨 블로그 


김기민씨 블로그 바로가기 http://blog.naver.com/ebonycrystal.do

티티카카 까페 블로그 바로가기 http://teateacaca.blog.me/


내게 정치는 내 삶을,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드는데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보이지 않았다. 지도자 혹은 소수 지배계층이 내세우는 명분이나 이념들이 ㅡ 그 자체는 분명 의미있고 미래지향적일지언정 ㅡ 현실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줄 것이라 믿지 않았던 탓이다. 정치권력이나 사상, 이념 등으로 단번에 바꿔나갈 수 있다고 믿을 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고 단순하지도 않다. 정치는 두드리기만 하면 원하는 것을 족족 내어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세상이 달라지기 위해선 정치나 권력에 앞서 구성원 전체, 인간 개개인이 달라져야 한다고 믿었고, 그 변화가 되돌릴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진정한 변화와 진보가 가능하다 생각했다. 누군가 이런 나를 진보의 적 혹은 보수주의자라 비난한다 해도 나는 내가 믿는 진보의 진정성은 지각있는 소수의 선도가 아닌 만인의 확실하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 속에 있다고 감히 확신했다.

내가 문화예술을 좋아하고 그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거기에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변화는 감동과 깨달음, 자기성찰에 기반하고 이는 사람의 진심 혹은 극적인 스토리로부터 나온다. 이념이란 교조화되고 조직이란 경직되며 권력이란 부패하기 마련이니 거기에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진심이나 스토리가 나오리라 기대하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 만큼이나 뜬금없는 일이므로 변화의 근원으로 문화와 예술을 주목하는 것이 나로선 그리 생뚱맞은 일은 아니었다.

문화예술은 타인의 이야기에 귀기울일줄 알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그 어느 누구의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한다. 그 개방성과 유연함이야말로 사회의 다양성을 아우르며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며, 이는 정치가 수행하는 역할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소프트 파워에만 의지하기에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점진적일지언정 확고한 변화를 그저 이상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하는 건 지나친 평가절하겠지만, 감동과 깨달음이 전파되는 속도가 사회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모순과 불합리를 따라잡기에 부족하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 교수 성소수자 인권 지지 프로젝트. "성소수자는 소수자 중 소수자다."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종교계와 성소수자 혐오·차별주의자들에 의해 좌절된 것은 그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이 자기 행동의 부적절함을 스스로 순순히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인내의 문제라기 보단 희생의 문제다. 소수자의 인권은 그들의 자발적 깨달음을 위해 희생되어도 괜찮을 만큼 결코 가볍지 않다.


*편집자는 작년 여름 브리쉘 유럽연합 국회에서 성소수자 국회의원 마이클 캐쉬먼을 인터뷰했었다.
그는 성공한 게이들이 앞장서 '커밍아웃'해야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바로가기 ☞http://bit.ly/pfRTve

이러한 부분의 문제를 짚어내어 공론화시키는 과정을 담당할 현실 정치인의 존재는 그래서 중요하고, 이들을 제도권에 진입시키는 것은 그 목적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입법은 당위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고, 입법 권력을 얻기 위해선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원내에 최소한의 교두보를 마련해야만 한다.

그 선거에 내가 입후보하여 직접 참여할 수 없다면 나의 권리, 나를 포함한 성소수자의 권리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고 앞으로 이를 보호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정당 혹은 정치인에 투표함으로써 그들의 정치적 행보에 힘을 보태는 것은 나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성소수자 유권자가 대의민주주의 제도 아래서 가장 손쉽게 현실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현재 국내 정당 가운데 성소수자 인권 확립을 위해 당내 기구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보이고 있는 곳은 통합진보당(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정도다.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도 성소수자 인권에 유의미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진보정당들의 정책과 입장에 전적으로 동조하거나 완벽한 의견일치를 보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들이 ㅡ 그것이 설령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ㅡ 타 정당에 비해 진정성을 갖고 약자와 소수자의 삶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 때문에 나는 그간 두 번의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투표시 민주노동당(2004)과 진보신당(2008)에 한 표를 주었다. 지역구의 경우 정책의 공감도나 세력균형, 당선가능성 등을 고려하다 보니 중도·온건 노선의 타 정당 후보를 선택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후보자의 정견을 확인하여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인권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본 뒤 결정하리라 결심했다. 올해 총선에서 내가 행사할 수 있는 표는 성소수자, 나아가 사회 내의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을 배려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권리를 확고히 다지는데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노력해나갈 수 있는 정치세력에게 갈 것이다.

비록 그것이 지금 당장은 사표가 된다 해도 그 표가 남긴 족적은 분명할 것이므로 그 뒤를 따라올 누군가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놓지 않겠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자에게 베푸는 것이 바로 내게 베푸는 것이라 말했던 예수 그리스도. 그 말속에서 우리는 힘없고 약한 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그 사회의 성숙함을 대변함을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은 그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보여주는 척도다. 누군가의 권리가 쉽게 짓밟히고 무너질 수 있는 사회는 구성원 누구의 권리도 어렵지 않게 짓밟고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접해야 하는 것은 인권이라고 하는 보편적 권리를 지키는 첫걸음인 동시에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임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는 그 의지를 현실에 드러내 보여주는 가장 확실하고도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다.

나는 나의 표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당신은 당신의 표를 어디로 보낼 것인가? 그 표에 2012년 이후 성소수자 인권과 정책의 향방이 달려있다 생각한다면 그것이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LGBT Friendly, 답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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